처가 돈으로 회계사 시험 붙은 남편, 돈 버니 "이혼하자"

처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남편이 돈을 벌기 시작하자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한 사연이 전해졌다.

2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아들 3명을 둔 결혼 11년 차 주부 A 씨의 고민이 소개됐다.

A 씨는 "대학 시절 남편 B 씨를 만나 연애하다 아이가 생기면서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며 "당시 B 씨는 회계사 자격증 공부를 하는 수험생 신분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자신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경제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자신의 부모가 결혼식 비용과 신혼집 등을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A 씨는 "양육을 위해 친정에 가서 산 지 10년이 됐을 무렵 드디어 B 씨가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며 "다만 수습 기간에도 별다른 소득이 없어 친정에서 이 시기에도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를 대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B 씨가 실질적으로 돈을 잘 벌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부터였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남편이 돈을 벌자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에 따르면 B 씨는 장인·장모와 함께 사는 게 답답하다며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또 분가 후에는 대화가 통하지 않고 A씨가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며 대뜸 이혼을 요구했다고.

그러던 어느 날 B 씨는 A 씨에게 이혼 소장을 보냈다. 소장에는 장인·장모가 B 씨를 부당하게 대우했으며 아내의 경제적 무책임이 유책 사유라고 적혀 있었다.

A 씨는 "심지어 재산분할금 5억원과 결혼 전 처가에서 준 아파트의 절반을 요구했다"며 "너무 기가 막힌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고 조언을 구했다.

류현주 변호사는 "민법 제840조에서 재판상 이혼 원인 6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B 씨가 주장하는 내용이 이런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이혼 청구를 기각시킬 수 있다"며 "이혼은 주장하는 쪽에서 이혼 사유가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다만 결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이혼 소장을 제출하는 행위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인·장모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도 법이 정한 이혼 사유"라며 "다만 사연자의 경우 장인·장모가 경제적으로 많은 지원으로 해준 것으로 보이고 특별히 남편을 부당하게 대우했다는 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류 변호사는 "결혼 전 증여받은 부동산은 사연자의 '특유재산'이지만 특유재산도 그 형성 또는 유지에 배우자가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이혼 시 (A 씨가 결혼 전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아파트가)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산분할 기여도를 산정할 때 남편이 주장하는 50%는 너무 과해 보인다"며 "아파트 가액과 친정 부모가 경제적으로 지원해준 금액 규모 등을 고려해 A 씨 기여도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