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 ISA, 세제개편 지연·해외ETF 인기에 성장성 ‘흔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4.11.20 07:00
수정 2024.11.20 07:00

시장 규모 커졌지만 증가세 둔화...월별 가입자수 두 달째 감소

‘혜택 확대’ 법안 국회 계류에 금투세 이슈 소멸...관심 줄어

해외 상장펀드 편입 비중↑국내 투자↓...자금 유출 수단 우려

ⓒ픽사베이

정부가 세제 혜택을 추진하며 ‘재테크형 만능 통장’으로 주목 받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 세제 개편 논의 지연으로 가입자 수 증가세가 한 풀 꺾인 가운데 ISA 계좌의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ISA를 통한 국내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의 누적 가입자수는 9월말 기준 572만462명으로 집계됐다.


ISA는 하나의 계좌에 예적금·주식·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담을 수 있고 발생 수익에 대해 200만원(서민형 400만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되는 상품이다.


연간 2000만원 납부 한도로 최대 총 1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3월 출시된 이후 8년여 만인 올해 2월말(511만3000명) 누적 가입자수 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월별 가입자 수 추이를 보면 성장세가 둔화되는 흐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ISA 월별 가입자 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1월 ISA의 세제 혜택 강화를 약속한 뒤 1월말 5만4489명에서 2월말 12만6770명으로 급증했다.


당시 ISA 연간 납부 한도를 2억원(연간 4000만원)으로, 비과세 한도는 500만원(서민형 1000만원)까지 확대한다는 정부의 계획에 2월에 가입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3월(6만9044명)과 4월(6만9292명)에는 6만명대로 줄었다.


5월말(8만8140명)과 6월말(8만6081명)에는 다시 8만명대로 늘었는데 내년 초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앞둔 영향이 컸다. ISA 내 주식을 매매해 생긴 차익은 금투세 산정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ISA를 활용해 세금을 피하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ISA의 세제 혜택 확대 계획 등을 발표했다.ⓒ대통령실

특히 코스피지수가 연중 고점(장중 기준 2896.43·7월 11일)을 찍은 7월에 증권사에서만 취급하는 투자중개형 ISA의 매력도가 높아졌다.


증시 호황과 맞물려 금투세 시행 전 ISA에 가입해 세제 혜택을 누리려는 투자자들로 인해 가입자수는 7월말 12만5598명으로 큰 폭 뛰었다. 지난 2021년 도입된 중개형 ISA의 의무 가입 기간 3년이 지나고 갈아타는 수요도 늘었다.


하지만 여야의 대립 속 ISA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가입자수는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말 9만4666명, 9월말 7만4398명으로 연속 줄어 월별 가입자 수가 5개월 만에 8만명대 아래로 내려왔다. 기대를 모았던 세제 개편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데다 최근 정부와 여야 모두 금투세 폐지 방침을 정하면서 인기가 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ISA 계좌가 해외로 자금이 유출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정부는 부동산이나 해외 투자가 아닌 국내 금융자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ISA 세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ISA 계좌 내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증가하면서 정작 ISA 계좌에 유입된 자산이 해외 상품 매수금으로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중개형 ISA 계좌에서 해외 ETF 등 상장 펀드의 편입 비중은 9월말 기준 26.4%로 전년 동기(4.1%)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ETF 등 상장 펀드의 편입 비중은 14.8%에서 7.6%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국내 상장 주식의 비중도 55.1%에서 38.2%로 감소했고 예적금 편입 비중 역시 9.8%에서 8.9%로 줄었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ISA 계좌를 통한 해외 투자가 급증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국내 증시로 유입된 투자 자금이 장기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를 추가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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