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팀'의 진짜 속내는?...K- 배터리, 믿었던 미국에 발등 찍히나
입력 2024.11.15 11:42
수정 2024.11.15 11:42
美인수팀 전기차 7500달러 세액공제 폐지 논의
전기차 수요 감소 전망...AMPC로 확대되면 실적 타격
전문가 "정치적인 속내 주목해야...투자 유치 위한 포석"
배터리 업계 "폐지로 가닥 잡히면, 캐즘 더 장기화될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당장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가운데,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AMPC(첨단생산세액공제) 폐지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묘수에서 정치적인 의도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5일 주요 외신 등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은 감세 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차 구매시 주어지는 7500달러(약 1050만원)의 세액공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이자 새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측 마저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같은 계획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팀'의 이같은 결정을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협상 카드'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만 해도 60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진행했고, 국제 관계의 신뢰 속에 전면 백지화 카드는 트럼프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오히려 트럼프 1기 당시 때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며 대규모 미국 투자를 끌어드린 것을 다시 한번 시도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수입차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를 시도했다. 이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등이 직접 미국 투자를 밝히며 관세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 카드를 던지며 여러 기업에 투자 유치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이 교수는 "전기차 보조금 액수를 줄이거나, AMPC 비율까지 조정하면서 또다른 투자를 받아낼 수 있다"면서 "특히나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이 있는 러스트벨트에 직접적인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는데 전면 폐지 등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IRA 폐지를 넘어서 AMPC 폐지로까지 정책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IRA는 전기차 수요를 감소시키소, AMPC는 경영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AMPC는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하는 기업에게 1kWh(킬로와트시)당 최대 45달러 수준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이 제도를 통해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혜택을 매 분기마다 누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지난해부터 올해 3분기까지 AMPC 혜택으로 총 약 2조5000억원을 확보했다. 삼성SDI의 경우 그간 모듈·팩 중심으로 소액의 AMPC를 수령해왔다. 오는 12월 스텔란티스와 북미 합작사 공장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4분기부터 AMPC가 본격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은 AMPC를 제외하면 적자를 기록한 경우도 있어, 폐지는 국내 업계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안팎에선 아직 명확한 계획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내려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소비자들의 가장 큰 메리트는 보조금을 통해 전기차를 싸게 구매한다는 데 있었다"면서 "IRA 폐지가 본격화하면 전방 수요가 확연하게 줄어들면서 배터리 업계에도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타격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 만큼 우려가 되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대규모 투자를 실행했고, 여전히 실행 중이기 때문에 상당히 우려된다"면서 "배터리 자체가 전방 산업의 영향으로 크게 휘둘리는 산업인 만큼 폐지가 본격화하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보조금에 연연하지 않는 계획을 각각 준비했겠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로드맵을 전부 수정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