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임기반환점 ③] '보수 심장' TK서도 "尹, 더 잘해야…이재명·김건희 해결부터"

데일리안 대구 =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4.11.10 07:00
수정 2024.11.10 07:00

TK의 최근 尹 지지율, 20%대까지 추락

지역민들 '불통' 문제 삼으며 '불만 표출'

김건희 논란, 이재명 구속 지지부진 등도

실망감 키워…남은 임기 중 '해결' 주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73.90%. 247만8810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3월 9일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얻은 득표율과 득표수다. 22.76%(76만3416표)를 얻은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의 격차는 51.14%p·171만5394표였다. 말 그대로 TK는 윤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준 것이다.


23%.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100%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발표한 TK의 윤 대통령 지지율이다. 이마저도 직전 조사 대비 5%p 올라서 20%대를 회복한 것이다. 지난달 29~31일 같은 기관이 동일한 방식으로 조사했을 때 TK에서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18%에 불과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수치상으로도 임기반환점을 앞둔 윤 대통령을 향한 대구·경북의 눈길은 지속해서 싸늘해지고 있다. 75%에 가까운 지지를 보냈던 TK가 2년 6개월 만에 윤 대통령에게 실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남은 25%의 TK 주민들은 윤 대통령이 남은 2년 6개월 동안 무엇을 해서 국정운영을 바로잡아주길 바라는 것일까.


◇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문제"


TK 주민들이 윤 대통령에게 가장 아쉬워했던 부분은 '불통(不通)' 이었다. 그것이 정책이든,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논란이든, 여야 협치와 관련한 정치적인 부분이든 윤 대통령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불통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TK 주민들의 평가다.


경상북도 경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35·여)씨는 "윤 대통령이 똥고집을 왜 이렇게 부리는지 모르겠다. 옆에 있는 참모들의 문제도 있겠지만 윤 대통령 스스로도 뭔가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진짜 지금 '개혁이 필요하니까 이 정도의 희생은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냥 밀고 나가는 것 같은데, 경상도 사람들이 불통이라 싫어했던 이재명을 피해서 그나마 윤 대통령을 뽑았는데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대구광역시 달서구에 사는 강모(60·여)씨도 "윤 대통령은 대구 사람도 이제 다 싫어한다. 김건희는 아예 입에도 올리지 않는다"며 "정책도 마찬가지고 이재명 관련된 부분도 전문가 같아서 뽑아줬더니 다 급속으로 뭔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돌 맞으면서도 잘 나아가겠다' 이렇게 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제 내려놓는 것 말고 뭘하겠느냐. 이젠 그냥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생각 뿐"라고 한탄했다.


경상북도 영주시에 살고 있는 김모(69·남)씨는 "얼마 전에 테레비(TV)에 나와서 뭐라 하는데 허파가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이재명 좀 안 보게 해달라 했더니 아내 간수 하나 제대로 못해서 쩔쩔매는 꼴을 보고 어떻게 우리가 좋아할 수 있겠느냐"라며 "최근에 한동훈(국민의힘 대표)이가 얘기를 좀 잘 하고 있는데 그 말을 안 듣고 뭘하느냐. 한동훈이 얘기도 안 듣는데 우리 얘기가 들리겠느냐"라고 아쉬워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4월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 이재명, 조국 구속 지지부진·김건희 논란 해결 난망도 TK의 불만 요소로


앞서 TK 주민들이 지적한대로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는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과 정책적·정치적인 부분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데서 파생됐다.


특히 보수적인 정치색을 유지한 주민이 많은 특성상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사법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윤 대통령을 향한 주요 불만으로 작용했다.


경상북도 칠곡군에 거주중인 조모(57·여)씨는 "민주당이 자식이 없는 윤 대통령에게 걸고 넘어질 게 없으니까 만만한 아내를 건드린다는 걸 다 아는데, 민주당한테 모든 여론전에서 죄다 지고 있으니까 전부 다 이젠 김건희가 진짜 문제 있는갑다는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한다"며 "이게 다 이재명이 자기가 살 길 찾겠다고 김건희를 들먹이는 건데, 윤 대통령한테 이재명 잡아넣으라고 했더니 민주당 사람들 입 한 번 못 틀어막아서 자기 앞길을 더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털어놨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주민인 김모(62·남)씨는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이재명이가 무슨 죄를 지었고 그래서 몇 명이나 죽어나갔는지 다 알고 그 얘기만 하고 있는데 법 전문가라 해서 윤 대통령 뽑아놨더니만 오히려 질질 끌려다니기만 한다"며 "아니면 아닌거라고 설명을 제대로 하면 국민들이 그걸 안 듣겠느냐? 죄 있는 사람한테 죄를 물으라는 것 그것 하나 하라고 한 건데 그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까 한심하다"고 했다.


TK를 지역구로 둔 한 국민의힘 의원도 "우리 지역이 영부인의 역할에 대해 좀 보수적인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제대로 관리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며 "또 다른 지지층들은 우리가 정권만 잡으면 이재명, 조국이 빨리 구속될 줄 알았는데 구속은 커녕 큰소리 떵떵 치는게 보기 싫으니까 도대체 능력이 있는 것이냐, 못 잡아넣는 것이냐 하는 불만도 있다"고 설명했다.


◇ "의료대란·집값·물가 등 민생과 이재명·김건희 등 정치 문제 해결하라"


보수정권에 관심이 많은 TK답게 그 누구도 윤 대통령의 임기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은 내놓지 않았다. 탄핵은 물론이고 임기 단축도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제도일 뿐이라는 생각에 성사되지 않을 것이란 게 TK의 대체적인 민심이었다. 그런만큼 TK 주민들은 오히려 윤 대통령이 남은 2년 6개월의 기간 동안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해줬으면 하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었다.


대구광역시 북구에 살고 있는 우모(34·남)씨는 "문재인 때 제일 큰 문제가 집값이었는데 지금은 그거라도 제대로 잡아줄 줄 알았더니 요즘엔 불균형 때문에 문제"라며 "물가도 식당에서 밥 한 번 먹기 무서울 정도로 오르고 있다. 나도 아기를 하나 키우는데 돈이 무서울 정도로 많이 들어간다. 이런 것들을 신경써서 해결하면 인기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 주민 이모(35·여)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소아과 문제 해결한다고 의사들이랑 갈등 일으켜놓고 지금은 제대로 된 진료도 한 번 보기 힘들다"며 "이런 걸 하려면 좀 제대로 알아보고 했어야지, 지금은 아이들에게서 눈 한 번 떼어놓기 힘들다. 사고라도 났다간 어떻게 될지 뻔하지 않느냐. 제발 좀 자기 고집을 버리고 주변이랑 얘기해서 합리적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민인 강모(60·여)씨는 "김 여사가 안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대구 주민들은 일단 대통령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 이재명이 조만간 교도소에 들어가는 것 보면 더 크게 바뀔 것"이라며 "그것부터 제대로 잡히면 우리 생각도 바뀐다. 어쨌든 우리가 뽑아준 대통령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TK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해외 순방에서부터 일단 김건희 여사가 같이 안 가는 결정이 국민들이 지금 요구했던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당연히 가는 외교의전 행사까지도 자제하겠다는 걸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이후에 이제 대통령실이라든지 이런 데서도 변화하는 모습을 좀 속도감 있게 보여주면 이게 사과했던 게 이어지는구나 하는 인식들이 생기면서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않겠느냐는 기대들이 있다"고 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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