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사과, 보수층은 결집하겠지만…지지율 반등은 '글쎄' [정국 기상대]
입력 2024.11.08 00:10
수정 2024.11.08 00:10
윤석열 대통령, 7일 대국민담화 평가
'직접' 고개 숙이며, 이전과 달라진 모습
사과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
"예상대로의 회견…지지율 변화 없을 것"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사과' '잘못' '불찰' 등의 표현만 총 12번이 들어가고, 윤 대통령이 단상 옆에 서서 직접 머리를 숙이면서,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사과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 김건희 여사 문제 등에 대한 재발방지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 등에 대해선 아쉽다는 평가다. 정치평론가들은 윤 대통령의 사과가 보수층을 결집하는 효과는 가져올 수 있겠으나, 국민 지지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140분간의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목이 아플 때까지' 26개의 질문을 받았고, '사과'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했으며, 처음으로 국민을 향해 '직접' 머리를 숙였다.
올해 신년 대담에서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선 "박절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표현을 쓰며 직접 사과를 피했지만, 이날은 20% 전후 낮은 지지율과 폭발하는 민심을 의식한 듯 낮고 겸허한 자세를 보였다.
정치평론가들은 윤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담화에 대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지만, '진정성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과할 때는 사과 이유가 확실해야 한다. 사과 이유가 불분명하면 진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윤 대통령은 사과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고, '김건희 여사'나 '명태균 문제' 등에 대한 재발방치잭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예를 들어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전화번호를 안 바꾼 것이 문제가 아니고, 왜 명태균 씨 같은 사람과 통화했냐가 문제인데 대통령이 문제 원인을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며 "대통령 주관적 관점의 해명에 치우쳤고, 국민적 관점의 객관적 해명은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휴대폰으로 사적 소통을 이어가며 각종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서 "나도, 내 처도 취임 후 휴대폰을 바꿨어야 했다"며 "나중에 무분별하게 언론에 (통화 내용이) 이렇게 까지고(까발려지고), 이런 생각을 못했던 것 같은데 이게 전부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모두발언 도중 단상 옆에 서서 고개를 숙인 모습은 대체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이 일어서서 고개를 숙여 사과한 것은 분명 전향적 태도"라면서도 "다만 내용 등 다른 부분에선 기존 대국민담화와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고 밝혔다.
엄 소장은 "말로는 사과를 했지만, 지지율 문제나 김건희 여사, 명태균 의혹에 대해선 '내가 잘못한 게 뭐냐'는 입장이 아니었느냐"며 "사과의 진정성이 반감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한 "한동훈 대표가 요구한 5대 요구사항과 민주당의 3대 요구사항에 대해 속시원하고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했다.
대국민담화를 열게 된 핵심 이유였던 김 여사와 명 씨에 대한 대통령 설명에 대한 비중이 더 높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총점은 85점 정도다. 윤 대통령은 때로는 하소연으로 때로는 변명으로 나름대로 상세하게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며 "고개를 숙이고, 잘못했다는 말을 분명하게 했다"고 전반적으로 이날 기자회견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면서도 황 평론가는 "실점을 꼽자면, 오늘 대국민사과의 핵심은 김 여사 문제와 명태균 문제였는데, 기자회견 중간에 사족 붙듯 정책 이야기가 나왔다"며 "진행 과정도 정치 얘기하다가 외교, 경제 얘기를 하다가 다시 자유질문에서 정치 얘기로 돌아갔는데 조금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결국 극악으로 치달은 민심 회복과 지지율 반등이다. 정치평론가들은 이날 회견이 지지율을 견인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예상한 정도 수준의 대국민담화였다"며 "지지율이 반등한다거나 급등할 것 같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엄 소장은 "회견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소 부정적일 것 같다"며 "다만 여전히 20% 국민은 대통령을 지지하는데, 강성 보수층에게는 윤 대통령의 사과가 일부분 어필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지지율이 떨어지진 않겠지만, 지지율을 회복하기도 힘들 것 같다"며 "만약 올라간다면 그것은 대국민담화 때문이 아니고, 보수층이 이러다가는 또 탄핵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결집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