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美대선] 트럼프 재집권…배터리 시장 대격변 일어나나
입력 2024.11.06 16:41
수정 2024.11.06 20:41
트럼프 “IRA,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의 원인” 폐지 주장
K-배터리, IRA 지원 기대로 美 내 대규모 투자 진행
“정치적 여건·절차상 문제로 전면 폐지 불가능할 것”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트럼프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기대고 있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선언한 바 있어서다. IRA 지원 규모가 축소되고 전기차 보급 속도가 늦춰진다면 미래 이익을 기대하면 단행한 우리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전면적인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적 여건과 절차상의 문제로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대미 사업 전략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IRA에 부정적인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전기차 시장 성장 지연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효시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의 원인”이라고 비난하며 법안 폐지 또는 지원 규모 축소를 공언한 바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고강도 관세 정책’도 예고하며 중국산에 60%를, 나머지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는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IRA가 중요한 이유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시장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미국에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며 미국 완성차 업체와 현지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독공장 2개와 제너럴모터스(GM), 혼다, 현대차 등과의 합작공장 6개 등 총 8개의 공장을 운영 또는 건설하고 있다. SK온은 현재 현대차그룹과 함께 조지아주에 합작 공장을, 포드와도 테네시, 켄터키 지역에 총 127GWh(기가와트시) 규모의 공장 3개를 짓고 있다.
IRA 규정에 따르면 기업이 미국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팩)을 생산해서 판매할 경우 킬로와트시(kWh)당 최대 45달러 규모의 세액공제를 부여받게 된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기업 실적에 AMPC 수혜분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진출이 늦은 삼성SDI를 제외한 국내 배터리사들의 IRA에 따른 보조금 의존도도 높은 상황이다. 올해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4483억원, SK온은 608억원의 AMPC를 받았다. 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다. 삼성SDI도 내년부터 AMPC 규모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미국 시장은 한국 배터리 업계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 점유율은 36.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기준 42.4%를 기록하며 미국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 배터리 시장에서의 우리 기업의 강세는 무엇보다 IRA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중‧일 3국의 미국 배터리 시장 월별 점유율 추세를 보면 한국이 일본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IRA 전기차 구매세액공제 배터리 요건 적용 직후인 지난해 6월 이후로 나타났다.
IRA는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성장시키는 촉진제이기도 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140만 대의 전기차가 신규 등록돼 전년 대비 40% 증가했으며, IRA에 따른 세액 공제 제도와 주요 모델의 가격 인하가 성장세를 촉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도 IRA는 계속될 것
다만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IRA 전면 폐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5일 발간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정치적 및 절차상의 이유로 친환경 정책을 완전히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IRA의 부분 개정’이 가능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IRA의 최대 수혜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전기차의 경우 전체 투자에서 공화당 강세 주와 경합 주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해당 산업은 최대 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반도체보다 고용 유발도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IRA 전면 수정이 어려워지면 ▲재생에너지 발전 관련 투자세액공제(ITC)와 생산세액공제(PTC) ▲전기차 보조금 ▲AMPC 중 일부를 철폐하는 것도 옵션이 될 수 있으나 이는 공화당 우세 주에서의 투자 규모 축소와 동반된 정치적 위험이 클 것으로 보인다.
SK온도 비슷한 시각을 제시했다. SK온은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에 대해서는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연비 규제 완화에 따른 전기차 전환의 지연은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도 IRA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집권하더라도 IRA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이유에 대해 ▲실제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로 인한 투자가 공화당 집권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 ▲공화당 하원의원 18명과 의장이 IRA 폐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는 점 ▲젊은 공화당원들이 기존 당원들과 달리 환경보호에 보다 관심이 많은 점 ▲최근에는 IRA에 반대했던 미국 석유 기업들조차 입장을 선회해 트럼프 캠프에 IEA 유지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진 점 등을 들었다.
설령 비우호적인 움직임이 있더라도 전기차 보조금 대상의 차량 축소나 보조금 예산 제한 등 제한적인 조치가 오히려 더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