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막말…장수 예능들의 안타까운 무리수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11.05 08:45
수정 2024.11.05 08:46

김종국 막말에 시청자들 갑론을박

새 멤버 합류에도 올드한 전개 보여준 ‘1박 2일’

무리한 설정의 몰카를 진행해 출연자 인성 논란을 유발하고, 선 넘는 막말로 빈축을 사는 등 장수 예능들의 ‘무리수’가 시청자들의 불쾌감을 유발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멀어지는 관심 속, 이렇다 할 돌파구는 찾지 못하고 안일한 전개만 보여주는 ‘1박 2일’과 ‘런닝맨’에 안타까운 시선이 이어진다.


최근 막말로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한 프로그램은 SBS ‘런닝맨’으로, 지난 3일 방송에서 김종국이 조세호 결혼식에 대해 언급하며 “조나단은 축의금을 얼마 하지 않으면서 음식을 처먹더라. 정확한 액수는 밝힐 수 없다”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짧은 발언이었지만, ‘조나단을 향한 무례한 언급’이라는 지적과 ‘처먹는다’는 표현 또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종국의 예능식 발언이라는 옹호도 없지 않지만, 문제는 ‘런닝맨’이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부터 무려 14년 동안 달려온 프로그램인 만큼, 멤버들의 탄탄한 케미가 ‘런닝맨’을 지탱하는 힘인데, 가끔 편안함을 넘어 불쾌감을 유발하는 막말과 비속어를 사용해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아왔다. ‘이 XX’, ‘저 XX’ 등의 발언이 ‘삐 처리’를 거쳐 송출이 되는가 하면, 서로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런닝맨’ 멤버들을 향해 비슷한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던 것.


무엇보다 강훈, 지예은 등 ‘임대 멤버’로 합류한 출연진을 단순 ‘러브라인’ 만들기에만 활용해 ‘지겹다’는 비판을 받는 등 ‘런닝맨’의 ‘올드함’을 탈피할만한 전개를 보여주지 못해 안타까움을 유발하고 있다.


KBS2 ‘1박 2일’은 무리한 설정의 몰래카메라로 빈축을 샀었다. 앞서 제작진은 양손에 무거운 수박을 들고 나르는 막내 작가 옆을 지나가는 출연진들의 반응을 살피는 몰래카메라를 진행했고, 이때 문세윤을 제외한 모든 출연자가 막내 작가를 외면해 ‘비매너’,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얻었다. 이준은 “충격적인 건 봤어도 안 들어줬을 거다. (봤더라도) 힘들게 들고 있다면 도와줬을 거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걷는데 그걸 도와주는 게 오히려 좀 그렇지 않나”라는 핑계를 대 비판에 더욱 불씨를 지피기도 했었다.


조세호, 이준이 새롭게 합류하며 이를 분위기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기대감 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되려 출연자들의 논란을 유발하며 기회를 날린 ‘1박 2일’에 싸늘한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같은 콘셉트로 10년을 훌쩍 넘긴 긴 세월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런닝맨’, ‘1박 2일’ 모두 장수 예능으로서 가진 가치 또한 없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배우 구성환, 고준 등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법한 게스트를 섭외해 화제성을 놓치지 않는 MBC ‘나 혼자 산다’의 경우, 세계관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지루함’ 탈피를 위한 노력을 놓지 않고 있다. 게스트 통한 화제성을 유발은 물론, 고정 멤버 기안84의 개성을 활용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 등 여행 예능을 론칭해 고정 시리즈로 안착시킨 바 있다. 김대호와 이장우의 케미를 활용한 ‘대장이 반찬’도 방송을 앞두는 등 활발한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올드한’ 이미지를 지워내고 있다. 여행 예능이 새롭지 않다는 평도 있으며,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는 ‘음악’이라는 소재와 기안84의 색깔이 어우러지지 못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장수 예능을 새롭게 활용하며 생명력을 연장하는 또 다른 방식을 MBC가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예능프로그램들 또한 ‘시즌제’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된 현재, 장수 예능의 의미도 물론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시도’로 시청자들과 발을 맞추려는 노력도 필요해진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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