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국군 무인기 침투' 또 주장…'대남 적개심 고취' 위한 자작극?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4.10.29 00:40
수정 2024.10.29 00:40

북한, 무인기 분해 후 '한국군 무인기 침투' 거듭 주장

김여정, '무대응' 일관 한국 향해 신경질

북 맞대응 차원 무인기 통한 대남전단 살포 가능성 제기

"자작극일 경우 북한이 지불해야 할 비용 너무 많아"

북한이 평양에서 한국군에서 운용하는 드론과 동일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군부깡패들의 중대주권침해도발사건이 결정적 물증의 확보와 그에 대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명백히 확증되였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 분석 결과를 가져오며 거듭 한국군의 무인기 침투를 주장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 기싸움이 또 다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를 분해해 분석한 결과 서해 백령도가 이륙 지점인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이 같은 내용으로 '대한민국발 무인기'의 이륙지점과 침입경로, 침입목적을 확증한 '주권 침해 도발사건'의 최종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무인기의 비행계획 경로를 보여주는 그래픽도 제작해 공개했다.


국방성은 "한국 군사깡패들의 가장 저렬하고 파렴치한 도발적 정체가 추호도 변명할 여지없이 입증됐다"며 "우리 공화국에 대한 주권침해행위가 재발하는 경우 모든 화난의 근원지, 도발의 원점은 우리의 가혹한 공세적 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평양 무인기 사건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한국에게 따졌다. 북한이 지난 19일 평양에서 한국군에서 운용하는 드론과 동일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우리 군이 "확인해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하자 반대의 상황을 가정하며 신경질을 낸 것이다.


김 부부장은 "서울시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출현했으며 윤괴뢰를 비난하는 삐라가 살포됐다. 우리(북한) 군부나 개별단체 또는 그 어떤 개인이 무인기를 날린 사실은 없으며 확인해 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더러운 서울의 들개무리들이 어떻게 게거품을 물고 짖어대는지 딱 한 번은 보고 싶다. 세상도 궁금해 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기존 "그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앞세우며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의도를 예단하지 않겠다며 "의도가 무엇이든지 위협과 도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대남 적대감 고취를 위해 북한이 지속적으로 평양무인기사건을 끌고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평양무인기사건의 우리측 반응에 대한 조롱 담화시점이 평양무인기사건 최종조사결과발표 다음날이라는 점에서 무인기사건을 지속 이슈화 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됐다"고 진단했다.


또 맞대응 차원으로 조만간 무인기를 통한 용산 대통령실, 합참 등에 대남전단 또는 오물을 살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우리 측에서는 대남 적개심 고취를 위한 북한의 자작극이라는 가설에 무게가 실리지만, 사실상 평양이 뚫렸다는 상황 자체가 북한에게도 불리하단 점에서 자작극일 가능성이 그닥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데 그러기에 자신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 많다"며 "다른 곳도 아닌 평양이 뚫렸다는 것 그리고 전단에는 북한의 최고 존엄인 절대 건드릴 수 없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비난이 실렸다는 것이다. 그정도로 자작극을 한 전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작극일 경우) 최고 존엄 수령에 대한 큰 권위가 엄청나게 훼손되는 것"이라며 "북한이 그렇게 핵무기를 비롯해 재래식 전력 등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현지지도를 다니며 (보안을) 강화했는데, 평양이 뚫렸단 얘기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체제상, 특징상으로는 수령이 지도하고 끌어갔는데 이게 뚫렸다는 건 수령에 대한 오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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