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투쟁 앞두고 내전 일방종료?…재명이네마을 "혁신당은 우군, 이재명 지켜야"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4.10.22 05:00 수정 2024.10.22 05:00

"더 큰 원팀으로, 김건희 특검과

윤석열 탄핵 한목소리로 뭉쳐야"

정작 조국 대표는 민주당 향해

"작다고 무시해선 안돼" 작심발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두고 이 대표 강성 지지층들이 민주당뿐 아니라 이른바 민주진보진영 전체를 총동원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10·16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안방' 호남을 두고 경쟁했던 혁신당과의 앙금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지만, 혁신당을 향해서도 일방적인 '휴전 선언'을 한 모양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조만간 당 차원의 대대적 장외투쟁이 시작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투쟁의 전선이 넓을수록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여론에 보다 수월하게 불을 붙일 수 있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달 2일 서울 도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김건희 여사 불기소 처분을 규탄하는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 계획이다. 앞서 민주당은 의원 전원 명의의 기자회견에선 "롱패딩을 준비하겠다"고 하면서까지 결의를 다졌다. 이에 비춰 민주당의 장외집회·투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일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혁신당이 재보선 결과와 관련 '민주당이 부산에서의 공성보다 호남 수성에 더 공들였다'라는 평가를 내놓자 여기에 분개한 바 있다. 호남 내 야권 경쟁이 펼쳐졌던 것에 대해서도 혁신당을 견제하며 깎아내리는 상황도 속출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지척에 다가오자 강성 지지층들은 민주당 외에도 모든 민주진보진영 정당을 '우군'이라 표현하는 등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태도를 급변하는 양상이다.


지난 20일 이재명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에는 '혁신당과 관련해 일체 언급금지'라는 글이 올라왔다. 전선을 흐트러놓지 않는 선에서의 사실기반 영상, 국감 질의응답등은 게시가 가능하다고 제시됐다. 반대로 본문과 관계없는 비난 댓글 등이 게시되는 경우, 댓글은 무통보 삭제가 되고 댓글 작성자는 제재된다는 내용 등도 함께 언급됐다. 즉 이제부터는 혁신당에 대한 비난성 언급을 자제하라는 신호다.


또한 해당 글은 "11월에는 모두 거리로 나와달라"라고 촉구하면서 "외계인이 침공한다면 어떨 것 같으냐. 한마음이 돼 단결해 외계인과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물었다. 현 정부를 '외계인'에 빗대는 동시에 "각설하고, 민주진영 내 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이 우리의 우군"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게시자는 "우리가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은 정해져 있다.가까이에서 싸우지 말라. 총구를 단 한 곳으로 겨눠주시길 부탁드리겠다"는 내용도 함께 적었다.


다만 "적어도 현시점"이라는 전제 역시 함께 등장했다. 혁신당의 협조를 요구하면서도 "혁신당도 면면을 보면 분명 훌륭하게 몫을 해내는 인사도 있고 반면에 전선을 흐트러놓기 바쁘며 민주당을 향해 쓸데없는 돌을 던지는 인사도 있다. 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 상황에서 우리 카페에서 혁신당을, 그 전부를 비난하며 마치 제2 정의당이나 적처럼 치부하는 것이 과연 옳다 생각하느냐. 아니면 부족해도 함께 손 잡고 단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며 "이제는 더 큰 원팀으로 김건희 특검, 윤석열 탄핵, 한 목소리로 뭉쳐야 한다는 것을 그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뭉쳐서 이기자"고 덧붙였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피의자 김건희 불기소처분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10·16 재보선 기간 혁신당은 여야 격전지였던 부상 금정구에서 민주당에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를 양보한 바 있다. 혁신당은 여권 우세 지역인 부산 금정구청장 승리를 위해 민주당 김경지 후보로의 단일화를 해줬지만, 단일후보가 된 민주당 후보는 조 대표의 지원유세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변을 연출하는 데 실패했다.


동시에 민주당은 야권 정당(민주당·혁신당·진보당)들과의 경쟁이 세게 붙었던 호남에서 자칫 패배할 상황을 염두에 두고 화살을 혁신당으로 돌렸고, 이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들은 독자 후보를 낸 혁신당을 향해 '조국정의당'이란 표현까지 불사했다.


혁신당으로서는 가뜩이나 이번 재보선 결과로 고심이 큰 상태인데, 원내의 상황까지 녹록지 않다. 일찍이 혁신당은 현행 20석인 교섭단체 요건을 10석으로 완화하려고 백방으로 뛰어왔지만, 민주당의 협조는 없는 상황이다. 혁신당의 원내 의석은 12석인데, 다른 정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거나 기준을 하향 조정해야 교섭단체 진입이 가능하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야권 단일대오 강조가 무색하게, 조국 대표는 민주당을 향한 섭섭한 심경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조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혁신당이 12석짜리 작은 정당이라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날카롭게 말했다.


이는 혁신당이 10·16 재보선 정국에서 총선 때의 기조인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혁신당)'를 이어가지 않고 자신들과 경쟁에 나선다며 민주당이 마뜩찮게 여기는 것을 조준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재보선 참여를 계기로 민주당 일부 인사 또는 지지자들의 조국혁신당 조롱과 공격이 거칠어지고 있다"며 "선거 시기에는 하나하나 반박하지 않았다.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경쟁이 전개되니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당이 4·10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은 야당과 국민의힘 1대1 구도를 만들기 위한 우리 당의 자발적 결정"이었다며 "누구도 조국혁신당에게 지역구 후보를 내지 말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다. 그 판단과 결정은 조국혁신당이 한다"고 단언했다.


민주당이 내달 2일 여는 장외집회는 '이재명 2기' 출범 후 첫 대규모 집회이자, '김건희 여사 특검법' 추진 동력 확보의 장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표면적으로는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이지만 김 여사를 고리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대국민 여론전에 시동을 건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이날도 김 여사를 조준한 목소리를 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특검을 반드시 관철해 권력의 애완견으로 전락한 검찰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하는 권력의 추악한 진실을 특검으로 낱낱이 밝혀내겠다"며 "윤석열·김건희 부부냐, 나라와 국민이냐. 이제 결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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