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한동훈 리더십에 의견 '분분'…국민의힘은 지금 '세대교체' 중?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4.10.20 08:00
수정 2024.10.20 10:21

與, 70년대~90년대생 총 28명…'70·80년대생이 왔다'

'실리주의' '개인주의'가 특성…기존 정치권과 달라

변화에 당내 일각 거부반응↑…"내부총질" 비판도

"시대 맞춰 변화해야…韓, 새 시대 브릿지 역할 충실해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한 이후 한 대표를 향한 다양한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직설적이다' '당내 스킨십이 부족하다' '물러서지 않는다' 등의 평가를 받는 '한동훈 스타일'이 사실은 'X세대' '97세대'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2대 국회 들어 전면으로 등장한 70년대생들이 새로운 정치 문화를 형성하면서 당이 그에 따른 적응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에서는 한 대표의 리더십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한동훈 대표가 다소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 같다.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뭉치기를 좋아하는 기존 정치권과는 달리 한 대표는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당내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했고, "대표 스타일이 직설적인 성향이 강하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밀고 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다들 서로 다른 지점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 기존 정치문화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성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다보니 한 대표를 향한 당내 일각의 시선은 따갑다. 최근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언급하며 대통령실과 대척점에 설 때마다 일부에서는 "내부총질"이라며 펄펄 뛰고 있다. 집단을 생각해 다소 불편하더라도 참고, 물밑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던 기존 정치문화와는 달리, 갈등 소재에 대해 직언을 서슴지 않는 한 대표의 성향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차별화는 임기 말에나 가서 하는 것이다. 선무당 짓 그만하고 당정 일체로 이 혼란을 수습하라"라며 직언을 하는 한 대표에 부정적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한 대표의 정치 방식이 집단 중심이었던 '86(60년대생·80년대 학번)세대'와 달리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97(70년대생·90년대 학번)세대'이자, 'X세대'의 특성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대표를 중심으로 70~80년대생이 당의 중심으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정치문화를 형성하고 있고, 이에 대한 기존 정치권의 거부 반응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2대 국회에 들어 여당내 70년대생, 나아가 80~90년대생들의 정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수적으로도 상당히 많은 수가 국회에 입성했고, 이들의 많은 수가 '친한(친한동훈)계'를 표방하며 '신주류'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한동훈 대표는 1973년생이다. 지도부에는 진종오 청년최고위원(1979)이 존재한다. 108명 여당 국회의원 전부로 확장해보면 곽규택(1971)·김형동(1975)·박정훈(1971)·정성국(1971)·주진우(1975)·한지아(1978) 등 총 19명이 1970년대생이다. 1980년대생은 김상욱·김재섭·배현진 의원 등 총 7명이다. 심지어는 90년대생인 김용태 의원도 존재한다. 이처럼 여당 108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7명이 70~80년대생, 1명이 90년대생으로 당의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중 과반 정도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친한계로 분류돼 굵직한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70년대생인 한 초선 의원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원내에 70년대생~80년대생 중에서 '친한'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꽤 많지 않느냐"라며 "어떤 세대를 같이 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방향성에 대한 공감을 이루면서 모이고 행동하게 된 것 아니냐"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들 세대의 정치적 특성을 '합리성' '실리주의' '개인주의'로 꼽았다. 한 의원은 "젊은 정치인들은 실질적으로,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공정하게 상식에 기반해 정당한 결과를 도출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일단은 조직의 논리가 그러니 따라오라는 것은 이제 공감을 못 얻는 것 같다. 우리는 납득이 돼야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성향은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였던 계파, 당파 싸움을 극복할 방법이기도 하고 국민 상식에 부합해 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도 "확실히 70~80년대생 정치인들과 기존 선배들의 소통 방식은 다른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기존 선배들은 개인주의적 생각을 용납하지 않았던 문화였다. 개인의 역할보다는 단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조직상의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게 기존의 정치권이다. 그러나 우리 같은 세대는 개인의 개별성을 더 많이 존중하고 좀 더 자유롭고 서로 생각이 맞아서 같이 움직이지만, 한 몸이 돼서 '우리는 하나다' 이런 분위기는 아니다. 한 대표도 전형적으로 '우리는 하나' 이런 태도가 없다. 그게 젊은 정치인들의 성향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60년대생 정치권 관계자는 "세대가 넘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본다. 우리 세대는 슬슬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대표가 당내 소통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것은 기존의 관점으로 봐서 그런 것이고, 나름대로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있다. 일련의 지적들이 맞는 이야기이지만, 그런 특성들과 노력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전문가는 세대 갈등을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향한 인정과 존중을 조언한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에 "한 대표는 'X세대' 출신이다. 메시지조차도 군더더기 없는 간결성을 추구한다. 에둘러 이야기하지 않고 직설적이다. 정치권의 용어보다 대중과 가까운 용어를 택하기도 한다. 또 흔히 말해 '독고다이 기질'이 있다. 과거 정치는 세를 과시하고 무리를 짓고 패거리를 지었는데 한 대표는 계파보다는 본인의 개인기를 믿고 나아가는 성향을 보인다. 이런 것들이 'X세대'의 특징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세대들은 전통적인 보스 문화, 한 팀이면 끝까지 가는 의리 문화, 보수가 설령 부족하더라도 눈을 감고 못 본 척해주는 집단적 성향을 보였는데 한 대표는 다른 성향을 띄니 세대 갈등이 빚어지는 것도 맞다"고 했다.


최 평론가는 기존 정치권을 향해 "시대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지금 국민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수준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니 그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서 정치 문화도 조금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대표에 대해서도 "기존 질서를 너무 빨리 허물려고 하거나 새로운 질서를 안착시키려는 욕심을 내는 것보다는 새 시대를 여는 브릿지 역할을 조금 세밀하고 균형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충고했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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