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장벽’ 마저 깼다…한강 노벨상 낳은 번역 가능했던 원동력 [D:이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10.15 07:27 수정 2024.10.15 07:27

‘채식주의자’ 번역한 스미스 데보라에도 관심

K-콘텐츠 매력 전하기 위해 필요한 '번역' 중요성 커져

그 어렵다던 ‘언어 장벽’이 깨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작가들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번역의 한계’ 등으로 ‘어렵다’고 여겨지던 노벨문학상이 한강 작가에게 돌아간 것이다. 물론 한강 작가의 공이 가장 크지만, 이를 뒷받침한 ‘번역’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일 한강 작가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돼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 국제부문을 수상하고,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으며, 2018년 소설 ‘흰’으로 맨부커상 최종심 후보에 오르는 등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주목을 받은 한강 작가지만, 그럼에도 50대의 비서구권 여성이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었다.


ⓒ뉴시스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증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기도 했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영상 콘텐츠는 물론, 한강 작가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꾸준히 해외 시장을 겨냥해 온 결과 마침내 K-문학도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던 ‘번역의 한계’도 뛰어넘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고은 시인, 황석영 작가 등 한국 작가들이 후보군으로 거론이 됐지만, 매번 아쉬운 결과물을 받아들여야 했는데, 이때 ‘한국의 이야기를 영어로 번역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로 꼽혔었다.


그러나 한강 작가의 작품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프랑스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등 총 28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76종으로 출간이 된 바 있다. ‘채식주의자’를 포함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린 영국인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었다.


2001년 출범한 한국문학번역원은 다양한 번역 지원 활동을 통해 한국의 문학 또는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해 왔다. 작품의 번역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물론, 번역가를 발굴하고 양성 또는 지원하며 환경 마련을 위해 노력한 것. 전 세계를 무대로 작가들은 물론, 한국문학번역원을 비롯한 출판계의 노력이 시너지를 낸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는 이유다.


여기에 전 세계에 부는 K-콘텐츠 열풍도 ‘긍정적인’ 흐름을 확대하는 배경이 될 것이란 기분 좋은 전망이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데보라 스미스는 물론, 젊은 외국인들이 한국 콘텐츠 번역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데, K-콘텐츠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외국인 번역가의 확대 또한 기대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의 2024년 현재 기준 재학생 국적 비율은 러시아(14.47%), 중국(11.84%), 독일(10.53%), 일본(10.53%), 프랑스(9.21%) 등 순으로 외국인 학생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알려졌다.


한 출판 관계자는 ‘좋아하는 나라’, 또는 ‘좋아하는 작품’을 선택해 번역하는 젊은 외국인들 특성상, ‘콘텐츠의 맛’을 해외 시장에 ‘잘’ 전달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라고 꼽았다. 문학 분야는 아니지만, 영화 ‘기생충’을 영어 자막으로 옮 번역가 달시 피켓 또한 봉준호 감독 특유의 위트를 잘 전달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해당 작품의 세계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 받았다.


물론 어떤 번역가든, 전문성을 높여 해당 작품의 매력을 제대로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서 외국인 번역가 양성의 장점을 짚은 관계자는 “K-콘텐츠를 향한 해외의 관심은 이미 충분히 확인이 됐다. 더 다양한 작품을 그들에게 활발하게 선보이는 게 지금 필요한데, 번역은 기본”이라며 “국내 작품들의 매력을 전달하기 위해선 완성도 높은 번역을 위해, 멀리 내다보며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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