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네르바 글 때문에 20억 달러 이상 추가 소진”


입력 2009.01.12 12:05 수정

“인터넷 비판에 대한 국가 억압이나 통제는 용납될 수 없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지난 10일 검찰에 구속된 인터넷 경제논객인 필명 ‘미네르바’인 박 모씨(30)에 대해 12일 검찰은 “박 모씨의 글 때문에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크게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네르바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박 씨가 지난달 29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달러 매수 금지’ 등을 담은 글을 올린 뒤 달러 매수세가 폭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의 조사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9일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이라는 제목으로 박 씨가 올린 달러매수금지명령 글 때문에 당시 달러 매수 주문이 폭등, 추가로 20억 달러 이상을 환율 방어 비용으로 투입했다”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재부 외화자금과 관계자를 통해 제기된 이 같은 피해 추계는 박 씨에 대한 검찰 구속영장에 그대로 적시됐다.

검찰은 박 씨 구속영장에서 기재부의 주장을 인용, “12월 29일 오후2시 경 박 씨 글이 인터넷에 게재된 뒤 달러 매수세가 폭증해 이날 2시30분 이후 달러 매수 주문이 1일 거래량의 39.7%에 이르렀다”고 적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재정부는 “평소 2시30분 이후 매수 주문은 1일 거래량의 10~20%에 불과했다”면서 “이 같은 (매수)심리는 다음날까지 이어져 30일에는 1일 평균 달러 수요인 38억 달러보다 22억 달러가 많은 60억 달러의 외환수요가 집중됐다”며 “이로 인해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가 제시한 외환보유액 손실 규모에 대해 검찰은 “(순수하게 박 씨 글로 인한 피해액인지 아닌지를) 우리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힘들다”면서도 “그러나 이 같은 정황을 보면 박 씨의 글이 환율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또 “박 씨의 지난달 29일 글이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해외로 타전돼 정부의 대외 신인도를 저하시키고, 정부 정책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를 크게 추락시키는 추상적인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특히 “박 씨가 이 글에서 ‘정부긴급명령 1호’, ‘긴급공문 전송’ 등의 대단히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 그로 인한 해독성이 더욱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박 씨가 자신의 글로 인해 달러 매수세가 증가하고 이 때문에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소모하게 될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글을 게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 씨가 자신을 떠받드는 인터넷의 추종 분위기에 도취돼 개인적인 명망도를 높이기 위해 글을 게재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미네르바 구속에 따른 세간의 ‘네티즌 재갈 물리기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검찰은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국가가 억압하거나 통제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도 “인터넷이 제공하는 익명성의 장막 안에서 명망을 높이기 위해 지극히 사적인 동기로 중대한 공익 침해를 유발할 수 있는 허위사실 유포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박 씨는 지난달 29일 “정부가 긴급업무명령을 통해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긴급 공문을 전송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지난 10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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