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진보 교육감 시절 학력 저하" vs 정근식 "경쟁 부추기는 교육 안 돼"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4.10.11 20:05 수정 2024.10.11 22:04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출마한 4인 후보 첫 TV토론회

조전혁 "평가 없는 혁신학교 도입하며 기초학력 떨어져"

정근식 "시험 많이 본다고 학력 올라간다고 볼 수 없어"

11일 저녁 E BS 주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자 TV토론에서 정근식 후보(좌)가 조전혁 후보(우)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EBS

10·16 서울시교육감 재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4인의 후보가 11일 저녁 첫 TV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자신의 공약과 비전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상대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허점을 찾아내기 위해 집요한 공방전을 벌였다.


특히 이번 선거의 사실상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조전혁 후보와 정근식 후보는 초반부터 서로의 기본 입장과 관련해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진보진영 단일후보를 자처하는 정근식 후보는 소개 발언에서 "학생과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성적이 높건 낮건, 집이 부유하건 가난하건 모든 학생이 꿈을 키울수 있어야 한다"며 "학생과 학교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CEO가 아닌, 학생과 학부모 시민들이 참여해 자치교육을 실현하는 교육감이 되겠다"는 출마의 변을 밝혔다.


보수진영인 조전혁 후보는 초반부터 "이번 선거는 전 교육감의 불법행위로 인한 보궐선거다. 조희연 전 교육감의 잘못으로 인해 560억원의 혈세가 쓰인다"며 이번 보궐선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정조준했다. 이어 정근식 후보를 겨냥해 "그런데 조희연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사람이 있다. 그 상황에 대해 매우 화가 난다.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공통질문인 사교육비 문제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완전히 상반된 진단과 처방을 내렸다. 조 후보는 "진보 교육감 시기 지나친 경쟁을 막는다는 미명 하에 학생들에 대한 평가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것이 기초학력을 저하시켰고 오히려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며 조희연 전 교육감의 대표 정책인 혁신학교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을 통해 사교육비 증가를 억제하면서도 학력을 높일 수 있다"며 '모든 학생들에게 방과후 수업 100만원 바우처 제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 후보는 "혁신학교 때문에 학력이 저하됐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며 "획일적인 학습과 문제풀이를 강요하는 공교육 환경에서는 효율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학습진단치유센터를 만들어 학생별 수준에 맞춘 교육을 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저녁 EBS 주최로 열린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참여한 후보자들. 왼쪽부터 정근식, 윤호상, 최보선, 조전혁 후보ⓒEBS

두 번째 공통질문인 교권보호 방안과 관련해 조 후보는 "학생인권조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학생인권과 교권은 서로 충돌해서는 안되는 개념이지만 학생인권조례는 너무 학생에 대한 보호만을 강조하고 있어 일부 학생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과정에서 교사들은 자긍심을 잃어버리고 자괴감에 빠지고 있다"며 "아이들을 제대로 훈육하지 못하니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도 침해당하고 있어 학생인권조례를 즉각 폐지하고 학생권리의무조례로 대체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후보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서이초등학교 옆"이라며 "교권보호 5법을 도입한 이후에도 교사들은 아동학대의 잠재적 가해자가 된 것처럼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면서도 "법적인 장치로만은 교권을 보호할 수 없다. 교육현장에서의 화해와 치유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 후보간 공약 검증 토론에서 조 후보와 정 후보는 정면으로 격돌했다. 조 후보는 "공교육 역시 서비스 산업이며 교육감은 CEO에 해당한다"며 "품질을 높이기 위해 테스트를 반복하듯이 학교에서 진단평가를 통해 학생의 학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교육이 상품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옳지 않다고 본다"며 "지필고사를 부활시킨다고 해서 학력이 올라간다는 것이 맞다고 보는가"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조 후보는 "난 단 한번도 지필고사라고 말한 적이 없다. 진단평가를 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라며 "평가를 통해 학생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야 장점을 육성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 아닌가"라고 대응했다.


정 후보는 본인의 공약으로 "현 정부에서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역사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역사교육은 국가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아주 중요한 기초다. 왜곡된 역사관이 학교 교육현장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호상·정근식·최보선 후보는 이날 사전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조 후보는 오는 16일 본 선거일에 투표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는 11·12일(오전 6시~오후 6시), 본 투표는 16일(오전 6시~오후 8시)이다.


사전투표 첫 날인 11일의 투표율은 3.16%로 집계됐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