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해외 매각 '원천차단'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09.25 12:59 수정 2024.09.25 13:39

국가핵심기술 지정시 '외국 기업에 매각' 정부 제동 가능

고려아연의 핵심 엔지니어들이 24일 서울 중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고려아연이 정부에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한 뒤 가격을 높여 중국에 팔아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해외 매각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대상 기술은 이차전지(배터리)소재 전구체 관련 기술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기술이다. 이 기술은 자회사인 켐코와 고려아연이 공동 보유하고 있으며, 고려아연이 대표로 신청했다.


국가핵심기술 판정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문위원회 개최를 비롯해 표준절차를 진행하는 등 내부검토를 완료한 뒤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안보상 이유로 외국 기업이 인수를 추진할 경우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번에 고려아연이 신청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외에 매각될 상황에 처하더라도 정부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정부는 그간 영풍·MBK와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시장 상황이라는 점에서 일단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고려아연은 이번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으로 정부를 끌어들인 셈이 됐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MBK가 투자 수익을 우선시하는 사모펀드 운용사의 특성상 고려아연을 인수한 이후 가격을 높여 중국 등 해외에 매각해 큰 차익을 남길 것이라는 예상이 있어 왔다. 그 경우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이 중국에 넘어가면서 핵심 기술 유출도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랐다.


MBK는 자신들을 ‘한국 토종 사모펀드’로 규정하면서 인수 후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으나 다른 해외기업으로의 매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MBK의 구상이 ‘인수 후 해외매각’이 아니더라도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될 경우 매물로서의 가치는 떨어질 여지는 있다. 거래 상대방이 국내 기업으로 제한된다면 매각 주체가 가격을 높이는데도 한계가 있다.


고려아연의 시가총액이 14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덩치가 큰 매물이라 국내 기업 중 원매자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성공해 고려아연 지분 47.74%를 확보할 경우 해당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한 매각가를 감당할 만한 기업은 많지 않다.


재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면 MBK가 거액을 들여가며 무리해서 고려아연 인수전에 뛰어들 당위성도 약해진다.


고려아연은 이번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으로 MBK의 인수 의지를 뒤흔드는 한편,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국가기간 기업을 지킨다는 명분도 쌓게 됐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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