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사건' 최재영 수심위 반전…검찰, 마지막 스텝 꼬였다
입력 2024.09.25 09:23
수정 2024.09.25 11:24
검찰 수심위, 24일 대검찰청서 현안위원회…8시간 넘는 심의 끝 최재영 '기소 권고'
'무혐의 잠정 결론' 수사팀, 두 차례 수심위서 상반된 권고 받아…논란 잠재우기 어려울 듯
재판 결과 책임지지 않는 현안위원들, 수사팀과 달리 법리보다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시각도
검찰, 수심위 권고 상관없이 두 사람 모두 무혐의 처분 가능…'존중' 하면 될 뿐 반드시 따를 필요 없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예상과 다르게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기소하라고 권고하면서, 무혐의 종결이 예상됐던 사건의 최종 처분 방향을 두고 검찰이 다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최 목사에 대한 심의였지만 청탁의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 사실상 김 여사에게도 혐의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심위는 전날 오후 2시부터 대검찰청에서 현안위원회를 열어 8시간 넘게 수사팀과 최 목사 변호인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심의한 뒤 최 목사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기소 권고'로 의결했다.
지난 5월 전담 수사팀을 꾸린 직후부터 각종 논란을 낳았던 이번 수사는 많은 우여곡절을 지나 두 번의 수심위까지 거치면서 최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무혐의로 잠정 결론을 내린 뒤 두 차례 열린 수심위에서 '불기소'와 '기소'라는 상반된 권고를 받아 든 수사팀은 어떤 선택을 하든 논란을 잠재우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사실관계가 비교적 분명한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은 최 목사가 한 청탁과 윤석열 대통령 직무의 관련성이다.
적용 대상 혐의로 거론된 청탁금지법 위반과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등은 모두 직무 관련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내부적으로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선물과 청탁 사이의 시간적 간격 등을 고려하면 접견 수단이거나 축하 선물일 뿐, 구체적인 대가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일 열린 김 여사 수심위에서도 누구도 기소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를 처벌할 규정이 없고 현재로서는 직무 관련성을 인정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판단이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현안위원들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수심위는 이날 결론만 공개하고 판단 근거는 밝히지 않았지만, 최소한 직무 관련성은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 8조 4항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같은 조 5항은 이 같은 수수 금지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최 목사에게 적용되는 게 이 5항이다.
4항과 5항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사실상 김 여사에게도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해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변호사와 법학 교수 등 전원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수심위는 외부로부터 고립돼 수사하는 검사들보다 국민의 일반적 눈높이에 가깝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도 보다 적극적인 법리 해석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검찰 수사팀과 달리 재판의 최종 결과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는 현안위원들이 법리보다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보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전례 없는 현직 영부인 수사는 그 무게만큼이나 많은 진통을 겪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22대 총선이 끝난 뒤인 지난 5월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고, 이때부터 검찰 수사도 본격화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장의 지시 열흘 만에 법무부 인사로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 등 수사 지휘부가 대거 교체되면서 잡음이 일었다.
전담수사팀이 7월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김 여사 대면 조사를 한 것은 '황제 조사' 논란을 낳았다.
이 같은 사실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에 사후 보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총장 패싱' 논란도 일었다.
이 전 총장은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수사팀을 공개 질타하면서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으로 발전했다.
이 전 총장은 중앙지검으로부터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 결론을 보고받은 뒤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루어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사건을 수심위에 직권으로 회부했다.
이렇게 소집된 수심위가 이달 6일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권고하면서 사건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 목사가 별도로 낸 수심위 소집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이날 두 번째로 열린 수심위가 기소를 권고하면서 사건의 향방은 알 수 없게 됐다.
물론 검찰은 수심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에 대해 전부 무혐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수심위의 결론을 검찰은 '존중'만 하면 되고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최 목사 수심위원 15명 중 7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심위가 기소를 권고했는데도 검찰이 불복해 불기소 처분한 적은 없다는 점에서 부담이 큰 선택이기도 하다.
김 여사만 무혐의 처분하고 최 목사를 재판에 넘기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두 사람이 금품을 서로 주고받아 공범의 일종인 '대향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금품을 받은 고위 공직자 배우자는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고 금품을 준 사람만 재판에 넘기면 법리적 판단과 별개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을 모두 재판에 넘기는 선택도 있다. 이 경우 검찰은 기존 결론을 뒤집고 새로운 법리를 구성해야 한다.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 것을 전제로 알선수재·변호사법 위반 등을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 요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 목사는 자신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면 윤 대통령에게도 금품수수 신고 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조계에서는 여러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본다. 다만 어떤 처분을 내리든 결론적으로 검찰이 사건을 더 어렵게 꼬았다는 비판과 함께 정치적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