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재명, 영광 이은 곡성行…혁신당 도전에 '민주당 본산' 못 박기
입력 2024.09.25 00:00
수정 2024.09.25 00:00
李, 자세 확 낮추고 '호남 홀대' 변화 의지
당 일각 "곡성은 사실상 승리 확실" 주장
민주당 vs 혁신당, '호남대전' 신경전 치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틀 간 전남 영광군과 곡성군을 방문하며 10·16 재보궐선거 유권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조국혁신당과의 '한판 승부'가 예고된 호남 지역민들 앞에서 수십년 간 당연시 여겨지던 '호남 텃밭론'에 몸을 낮추고 민주당의 변화를 약속했다. 일부 지역정가에 따르면 곡성군에서 민주당의 낙승은 예고된 결과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대표는 24일 오전 전남 곡성군 대한노인회 곡성군지회 소속 인사들과 면담을 가졌다. 현재 곡성군 전체 인구(2만6635명)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가 1만명 이상에 달하는 만큼, 노인 및 지역 농업 정책 방안을 통해 고령자 표심을 포섭하기 위한 효율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을 '부족한 자녀'에 빗대며 표심 구애에 나섰다.
그는 "실제로 민주당의 어머님 같은 곳이 바로 전남인데 아마 여러분께서 보시기에 부족한 자식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며 "이제 이곳을 텃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분의 의견을 '죽비'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이 '미워도 다시 한번'하며 (지지했지만), 앞으로는 '역시 우리 자식이여'라며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이 대표가 찾은 곡성군에서는 전날 방문했던 영광터미널시장 방문 같은 일정은 없었다. 하지만 이 대표를 보기 위해 곡성군민회관 앞에 모인 지지자들과 그 사이 섞인 곡성 주민들은 곡성군수 재선거는 민주당이 압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신을 곡성 주민이라고 밝힌 70대 남성은 "영광은 몰라도 곡성은 무조건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를 따라온 유튜버들과 즉석 인터뷰를 나누던 고령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민주당 호남 재선거 지원단 소속 한 의원은 현장에서 만나 "전체적 재선거 판세를 보면 영광군은 차츰 개선되는 분위기고, 곡성군은 사실상 민주당 승리가 확실하다는 게 중론"이라고 주장했다. 현재까지의 판세를 보면 민주당은 영광군에서 혁신당에 근소한 열세를, 곡성군에서는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뉴스1·남도일보·아시아경제 등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0~11일 무선 90%·유선 10% 혼합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영광군수 재선거 가상대결에서 장현 혁신당 후보가 30.3%, 장세일 민주당 후보가 29.8%를 기록해 0.5%p 우위를 점했다. 정당 지지도도 민주당 37.3%, 혁신당 34.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호남이 민주당 텃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혁신당이 상당한 기세로 민주당을 추격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곡성군수 재선거 가상대결에선 조상래 민주당 후보가 59.6%를 얻어 박웅두 혁신당 후보(18.5%)를 40%p 이상 앞섰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55.4%)이 혁신당(25.8%)을 약 30%p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영광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만약 결과가 조금 이상하게 나오면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선거지만, 한 곳이라도 패배할 경우 뒤따를 후폭풍이 적지 않을 거란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곡성군 현장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곡성군과 영광군 재선거 판세 전망'을 묻자 "(호남에서) 어제와 오늘의 판세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전날 영광군을 방문하고 나서 지역에서 굉장히 뜨거운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을 저희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호남에서 한 달 살이 중인 조국 대표도 같은 날 영광군에서 시민들에게 출근인사를 하고, 노인대학을 방문하는 등 지역 주민들과의 스킨십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양당 대표가 참전한 '호남 대전'이 열기를 더해 가는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 간 신경전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남의 국힘(국민의힘)에 줄을 잘 서면 '공천=당선'"이라는 글을 올리자, 김 대변인은 "대단히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황 사무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이에 황 사무총장은 기존 페이스북 글을 수정한 뒤 "직전 표현에 일부 표현이 과한 점이 있었다"며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