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팔을 자르는 심정”…영풍이 밝힌 고려아연 공개매수 배경
입력 2024.09.23 10:05
수정 2024.09.23 15:02
"최대주주로서 경영권 강화 및 경영 정상화가 목적"
"최윤범 회장, 배임 등의 혐의…조사 위해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
"토종 사모펀드인 MBK, 고려아연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 있어"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배경에 대해 “‘적대적 M&A', '약탈적 M&A'가 아닌 최대주주로서 경영권 강화 및 경영 정상화”가 목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영풍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당사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는 고작 2.2%의 지분으로 75년간 이어온 ‘동업 정신’을 훼손하고, 독단적 경영 행태를 일삼는 경영 대리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영풍은 “최 회장은 201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주주들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고려아연을 사적으로 장악하고자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영풍은 최 회장 관련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일감 몰아주기 등 다수의 의혹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이어 “고려아연 주주들의 이익을 도외시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최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고려아연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한화와 현대차 그룹 등에 잇달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자사주 상호 교환 등으로 무려 16% 상당의 지분가치를 희석했는데, 이로 인해 기존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이 침해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 회장은 동업정신 파기를 넘어, 최근 ‘영풍 죽이기’에 혈안이 된 모습을 보인다”며 “고려아연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요건을 완화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당사의 반대로 부결되자 당사를 더이상 ‘동업자’가 아닌 ‘경쟁자’로 규정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은 수십 년간 양사가 전략적으로 유지해 온 공동 원료 구매와 영업, 황산취급 대행 계약 등 공동 비즈니스를 칼로 무 자르듯 끊어버렸고, ‘동업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의 경영에서도 영풍을 일방적으로 배제해 버렸다”며 “이로 인해 양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질 수 있었던 막강한 바게닝파워(교섭력)을 상실할 위험에 처하는 등 이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고 언급했다.
영풍은 “최 회장의 전횡을 막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스스로 팔을 자르고 살을 내어주는 심정으로 MBK파트너스에 1대주주 지위를 양보하면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개매수는 수조 원 규모에 달하는 거래로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토종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이런 대규모의 공개매수를 수행하고 고려아연을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MBK파트너스는 중국자본이며 인수되면 중국에 팔린다’는 주장에는 “말도 안 되는 흑색선전”이라고 규정하고 “이런 거짓 흑색선전은 지역 정가와 중앙정치권까지 영향을 미쳐 ‘정치이슈’화하고 있다”고 봤다.
영풍은 “MBK파트너스에 대해서는 중국 자본 운운하면서 해외매각을 우려한다더니, 정작 최 회장 자신은 일본 소프트뱅크와 스미토모상사에 손을 벌리는 모순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의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지 결코 고려아연을 흔들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최 회장을 제외한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의 고용관계는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고, 고려아연이 추진해온 미래전략사업은 변함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기존 거래처 및 고객사와 유지돼온 비즈니스는 아무런 변동 없이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확약”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