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스피커' 켜졌다…금융당국 '시소게임'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4.09.19 07:00
수정 2024.09.19 09:09
취임 40여일 만에 간담회 열고 현안 설명
"우리금융 경영진 거취 이사회 판단 사안"
"앞으로도 정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과 소통할 방침입니다."
지난 1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월례간담회' 시작 전 대변인실은 간담회 취지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최소 두 달에 한 번 출입기자들과 주요 현안에 대해 직접 소통하겠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계획이다.
금융위원장이 등판했다. '스피커'를 자처한 이복현 감독원장의 '오락가락' 발언으로 시장이 일대 혼란을 겪자 직접 나선 것이다. 앞서 가계대출 긴급 브리핑에서 정부의 대출 기조 방침은 "은행 자율 관리"라고 명확히 밝혔던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충분히 설명히 부족했던 부분, 앞으로 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며 입을 열었다.
가계대출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금감원과 보폭을 같이 했지만,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책임론’이 제기되는 현 경영진의 거취와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에 대해서는 온도 차를 나타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을 향해 제재를 시사하며 날을 세웠지만, 김 위원장은 한 발 물러선 태도를 취했다.
요약하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거취는 이사회와 주주총에서 판단할 사안이고, 합병건은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으로 "어떠한 방향성"도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이 외에도 추가 대출 규제, 가상자산 투자자보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 편입 등에 대한 개인 견해를 밝히고, 정책 접근 방향을 공유했다.
그간 이 원장의 입만 쳐다보던 금융권은 달라진 기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위원장의 긴급 가계대출 브리핑 다음날 이 원장은 혼란을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본인의 실책으로 금감원장이 머리를 숙인 것은 처음이다.
'감독'에 치우쳐 있던 금융당국이 정책·감독의 균형점을 찾아가기 시작한 모양새다. 관료적 안정감과 전문성으로 금융위원장이 당국 수장으로써 위엄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취임 44일 '거시경제통' 김 위원장의 소통 능력은 일단 합격점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앞으로의 정책 메시지 조율 과정에서 벌어질 주도권 싸움이다. '원팀'을 부르짖고 있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의 불편한 관계는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지금의 두 조직으로 쪼개진 태생적 원인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은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최대 리스크다. 서열만 따지고 있기엔 풀어야 할 경제 현안들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