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에 관대한 사법부…들끓는 '국민 법(法)감정' [데스크 칼럼]
입력 2024.09.13 10:53
수정 2024.09.13 11:28
노소영 이혼 소송서 아버지 노태우 비자금 공개
'노태우 일가' 끝까지 숨겨 불린 돈 1조3808억원
국민 67.4% "국고회수해야", '엄중처벌' 요구도 42.8%
국민 법감정과 거리…대법원 판단 기대
법원이 국민의 보편적 법감정과 동떨어지는 것은 불필요한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최근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공정에 의뢰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김옥숙 여사의 904억원 메모에 대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응답자 중 70.2%가 "불법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한 이 돈의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엄중 처벌하고 회수해야 한다"가 가장 높은 37.4%를 차지했고 30.0%는 "처벌과 관계없이 회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 67%이상이 환수하는 것이 필요히다고 본 것이다. 이게 국민 법감정이다.
아무리 가사소송이라지만 법의 근본 가치는 지켜야 한다. 사유재산은 어느 자본주의 국가에서나 정당한 방법으로 형성, 취득한 것만 보호하는 것이다. 도둑질 재물은 '장물'로 취급해 원주인에게 돌려주거나 국가가 몰수한다.
앞서 2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SK그룹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봤다.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과정에 나와 청와대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는데 지금도 '사전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모함을 받고 있다"고 노 전 대통령 자신이 억울함을 피력한 사실은 논외로 친다 해도 당장 ‘도둑놈이 도둑질을 한 것은 불법이나 그 장물은 도둑놈이 가져간 것이니 그건 어쩔 수 없다’와 같은 논리는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실제 2심 재판부는 이 300억원이 노 전 대통령의 앞선 형사 재판에서 인정된 비자금과는 별개의 돈이라고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재임 때 자신의 전 재산이 5억2000만원이라며 구체적인 내역까지 공개한 바 있다.
스스로 공개한 재산이 5억원 정도에 불과한데 집권 4년 차에 전 재산의 60배 가까운 돈을 합법적으로 취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뭔가 물려받을 것도 없는 시골 마을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대기업들에서 4100억여원의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2628억원이 추징됐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이 돈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일가가 은닉한 불법 비자금'으로 추정한 이유다. 국민의 생각이 맞는다면 노 관장 측이 밝힌 300억원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비자금 즉, 불법 은닉자금이라는 얘기로 이어진다.
남의 재산을 훔쳐서 부를 쌓는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 포장해도 용서받기 힘들다. 단연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하고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운 권력형 비리는 유책 배우자보다 수만 배 악질적 범죄다.
전 국민에게 영향이 미치기에 그렇다. 종잣돈 300억원으로 커진 노 관장의 1조3808억원에 대해 국민이 거세게 반발하는 건 이 때문이다. 권력자의 비자금으로 인한 부정한 재산이 오롯이 그 일가의 몫으로 대물림되는 것을 국민이 곱게 여길 리 없다. 그래서 2심 판결은 들끓는 국민의 법 감정과는 거리가 있다.
무엇보다 비록 가사 소송이라지만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면죄부를 준 것은 반역사적 판결이다. 이게 국민 법감정이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넘어간 상태다. 천문학적 재산분할 규모의 이유가 된 대통령의 비자금과 정경유착 등 전례 없는 쟁점이 많다. 대법원의 법적 판단이 궁금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