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SM 시세조종 의혹' 첫 재판…"적법 경영 행위" vs "관련 증거만 2천개
입력 2024.09.11 16:56
수정 2024.09.11 17:31
11일 오후 김범수 창업자에 대한 첫 공판기일
검찰 "김 창업자 SM엔터 시세조종 보고 받고 승인"
변호인단 "경영권 인수 과정서 적법한 방법이었다"
검찰, 증거 2270개 제출…홍은택·김성수 침묵 일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경영 과정에서 기업의 정상적인 선택이었으며, 카카오와 공모 관계가 있다고 의심받고 있는 원아시아파트너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일자, 시간대별로 조목조목 상황을 짚어가며 김 창업자 측 입장을 정면 반박했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입증할 증거도 무려 2270개나 제출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11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정식 공판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어 수감 중인 김 위원장도 참석했다. 김 창업자는 오후 2시 7분경 수의복이 아닌 남색 정장 차림에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입장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전 투자전략실장 등도 자리했다. 이들은 변호인단과 함께 1시 50분경 법정에 들어왔다. 김 창업자를 비롯한 홍 전 대표, 김 전 대표, 강 전 실장은 변호인단으로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인단을 대동했다.
이날 공판은 검찰 측 진술로 시작됐다. 검찰 측은 카카오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 내 공통체인사테이블, 투자테이블 등을 설치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논의했다고 했다. 테이블에서 안건을 다룬 후 결과를 계열사에 전달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김 창업자는 최종 의사결정자로서 CEO를 비롯한 주요 인사와 투자 결정에 관여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계획을 세우고 CA협의체 내 투자심의위원회에 상정했고, 1월 30일 열린 위원회에서 홍은택과 김성수가 찬성했으나 CFO(최고재무채임자) 김 씨가 반대했다”면서 “그렇지만 CFO의 반대에도 피고인 김범수가 최종 승인했다”고 했다.
또 “김성수와 홍은택은 위원회 참석자에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 (SM엔터) 경영권 인수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하면서 보안을 잘 유지해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오르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사모펀드 운영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가 배 총괄과의 공모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 주가의 시세고정·안정을 목적으로 1000억원의 자금을 동원해 384회에 걸쳐 SM엔터테인먼트 주식 매매행위를 벌였다고 봤다. 강 전 실장은 카카오 내부에 SM엔터테인먼트 장내매집에 사용할 1200억원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총괄대표가 증권사 매니저에게 490억원을 들여 SM엔터테인먼트 주식 매입을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준호는 증권사 매니저에게 ‘시세조종으로 발각되지 않도록 시세 맞춰서 사라. 마지막에 돈 쏟아부어라. 시세조종 이슈만 안 걸리면 되니 호가로 나오는 것을 소진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김 창업자의 변호인단은 이러한 검찰 측 진술을 전면 부인했다. 정상적인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적법한 절차를 걸쳤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배 전 총괄의 변호인단 주장과 일관된다.
김 창업자 변호인은 “검찰 측이 경영권 인수에서 적법한 방법으로 대항 공개매수를 하거나 장내 매집 후 5% 보유 상황 보고 등을 제시했는데 그렇게만 해야 한다는 것이 법 어디에도 없다”라며 “이후 주식 매매 패턴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김 창업자 측 변호인단이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진술을 하자 검찰은 “기소 취지를 오인한 것 같다”며 “이 사건 범행 역시 주가를 올리기 위한 목적과 의도가 인정됐기 때문에 기소한 것이지 주가가 오른 것만 가지고 기소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 준비기일을 10월8일 오후 3시로 지정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김 창업자는 검찰이 준비한 피피티 화면을 유심히 쳐다보기도 하고, 중간중간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역시 고개를 숙이거나 얼굴을 쓸어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이 끝난 후 김 전 대표와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