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된 노소영 '300억' 메모…제2, 제3의 '노태우 추징'은 계속돼야 [데스크 칼럼]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4.09.10 14:15
수정 2024.09.11 21:44

노소영 이혼 소송서 아버지 노태우 비자금 공개

'노태우 일가' 끝까지 숨겨 불린 돈 1조3808억원

"12·12 군사반란 등 헌정질서 파괴범죄자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무기한"

"고(故) 전두환·노태우 불법 비자금도 시간과 장소 구애받지 않고 추징돼야"

사진은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연합뉴스

▲ 지난해 개봉 20주년을 맞아 북미에서 재개봉한 '올드보이'. 자신이 왜 15년 동안 감금됐는지 궁금해하는 오대수에게 이우진이 말한다.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지금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이 유명한 대사에 앞뒤로 "자! 다시, 김옥숙은 왜 지금 비자금 메모를 공개했을까"를 붙이고 그 이유를 찾다 보니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은 30여년 만에 46배(1조3808억원)로 부풀려져 그의 딸인 노소영 관장의 몫으로 넘어가기 직전이다. 국민의 손가락질과 비아냥에도 '찾을 수 있으면 찾아봐라'는 식으로 끝까지 버틴 결과다.


▲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역사적으로 12·12 쿠데타와 6공화국을 연결하는 상징성이 있다.


영화 '서울의 봄'에는 전두광이 반란군 지휘부가 집결한 경복궁 30경비단 화장실에서 노태건에게 "저 인간들, 떡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봐 그거 묵을라꼬 있는 기거든. 그 떡고물 주딩이에 이빠이(가득) 쳐넣어줄 기야. 내가"라고 말하는 명대사(?)를 날린다. 전두광의 말처럼 현실의 반란세력은 참모총장, 국방부 장관, 공기업 사장, 국회의원, 심지어 대통령까지 됐다.


여기에 전두환·노태우 본인들은 아예 떡판을 차지해 대기업 총수 등으로부터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했다. 그 결과 199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에 추징금 2205억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에 추징금 2625억원이 확정됐다.


그런데도 그 가족들은 아직도 900억원이 넘는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최태원-노소영 이혼 항소심 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김옥숙 여사의 메모ⓒ유튜브채널 '어벤저스 전략회의' 캡쳐

▲ 그래서 김옥숙 여사가 공개한 이 메모를 두고 법적·정치적·사회적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가족이 스스로 범죄 행위로 축적한 듯한 재산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한 셈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치권에선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축적한 '비자금'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전직 대통령이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고 그 가족들은 엄청난 부를 누리는 현실에서 법 감정상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정치권만이 아니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여기에 대해 "(불법 정치자금) 시효가 남아 있고, 확인된다면 과세해야 한다"고 했다.


박성재 법무부장관도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재산 의혹과 관련해 "세금포탈이 확인되면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전두환 일가 재산이 9334억원에 달한다며 사망으로 추징금 관련 수사가 끝난 것인지 묻자 박 장관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 파악 후 제출하겠다고 했다.


▲ 전직 대통령 일가(一家)의 이런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 심정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여기엔 가진 재산이 없다며 끊임없이 국민을 자극해 온 괘씸죄도 들어있다.


실제 "29만원 밖에 없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이야기는 지난 수십 년간 별도의 설명이나 수식어가 필요 없는 '최고의 유머'로 통했다. 노태우·김옥숙 내외도 과거 충북 꽃동네에 각각 1000원씩 매달 2000원을 기부하며 국민들을 속였다. 최근 노 관장의 어머니인 김옥숙 여사가 아들 노재헌 이사장이 운영하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147억원의 기부금을 낸 것과 묘한 대비다.


여기에 최근 노소영 관장은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질러 구속 수감된 전(前) 비서 이모씨에 대해 선처나 합의 없이 엄벌에 처해줄 것을 재판부에 탄원했다고 한다.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면 노 전 대통령의 부정 축재 은닉 재산을 연결고리 삼아 막대한 부(富)를 챙기려는 노 관장에겐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할까.


최소한 법이 범죄 행위로 축적한 재산을 보호하도록 길을 터줘서는 안 된다. 잘 '숨겨둔 비자금'은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까 우려된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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