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입소문 노린다”…호텔·식품·유통, ‘인바운드 활성화’ 잰걸음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4.09.09 07:17
수정 2024.09.09 07:17

한국 방문하는 외국인 크게 증가

정체된 내수 경기 끌어올리기에 ‘힘’

각 기업별 전략 통해 발 빠른 대응

더 플라자 투숙객이 한복을 입고 고궁 투어를 하고 있다.ⓒ한화호텔앤드리조트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정체된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각 시장 상황에 맞춘 현지화 전략뿐 아니라 한류 열풍을 타고 직접 방한한 해외 관광객을 잡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K팝, K푸드 등 한국이 보유한 관광 상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정학적, 문화적 매력에 힘입어 한국 방문에 따른 수요가 빠르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국내 경제성장의 둔화를 깨부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여서다.


실제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방문객은 크게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누적 방한객은 770만 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73.8%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기 전인 2019년 상반기 방한객의 91%를 회복했다.


이에 호텔업계는 대대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기 시작했고, 식품업계는 기념품으로 살 수 있는 한국식 전통 패키지 만들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다양한 특화 매장의 오픈을 비롯해 환전 서비스 론칭 등 쉽게 여행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은 움직임이 포착되는 곳은 호텔업계다. 일례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더 플라자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 대상 패키지 시리즈를 내놨다. 첫 번째는 ‘원더러스트 코리아 #1’ 패키지로, 한국의 일상을 경험하고자 하는 외국인 투숙객을 위해 호캉스와 K컬처 체험이 가능하다.


또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해외 관광객이 몰리는 제주도에 대규모 복합리조트 ‘애월포레스트 관광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1조7000억원을 투입해 2036년 말까지 제주시 애월 일대에 휴양콘도(890실)와 호텔(200실) 등 숙박시설을 포함한 친환경 숲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애월뿐 아니라 설악과 통영에도 대규모 복합 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프리미엄 관광단지를 통해 실적 반전을 이끌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호텔 사업도 확장 중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2년 신규 호텔 브랜드 ‘마티에 오시리아’를 부산에 개관했다. 2030년까지 마티에 오시리아를 10개 이상 출점할 계획이다. 또 임대 위탁 방식으로 운영해 온 여수 벨메르 호텔의 경우에도 최근 536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카지노업계 역시 본격적으로 해외 VIP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강화 중이다. 일례로 파라다이스는 9월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내 카지노에 932평 규모 카지노 신영업장을 오픈한다. 하이롤러 게임 환경에 최적화된 VIP 전용 영업장이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외국인 특화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빼빼로 랜드마크 에디션’ 진열대를 둘러보고 있다.ⓒ롯데웰푸드

제과업계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시내 주요 관광 상권을 중심으로 해외 관광객들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 패키지를 전략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방한 소비자들이 ‘한국 여행 선물’로 K간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면서다.


오리온은 지난달 비쵸비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임금, 선비, 각시, 도령 등 한국 고유의 전통 옷으로 갈아 입힌 패키지를 선보였고, 앞서 경쟁사 롯데웰푸드도 지난 4월 방한 외국인 위해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빼빼로를 전통 이미지 더한 패키지를 새롭게 출시했다.


라면업계 역시 방한한 외국인들 사이에서 잘 나가는 라면 제품 판매처를 확대하는 중이다. 농심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편의점 CU와 협력해 지난달 28일부터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을 전국 CU 점포에서 재판매를 시작했다.


고객이 GS25 그라운드블루49 매장 내 K 푸드 스테이션 구역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GS리테일

편의점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 편의점이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코스가 되면서 이들의 눈과 입에 맞춰 진화중이다. 면세 쇼핑은 물론 글로벌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입하는 등 외국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다양한 편의 서비스 론칭 등이 주목할만하다.


GS25는 부가세 환급 등 금융 플랫폼 기능을 강화하며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환전 서비스와 부가세 즉시 환급이 가능한 점포를 늘리는 중이다. 최근에는 매장에서 46개국의 통화를 하나의 카드로 환전·충전할 수 있는 트래블월렛 카드 발급을 시작했다.


또한 일부 매장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쇼핑 데이터에 기반해 아몬드, 식혜 김, 바나나우유 등 외국인 고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상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외국인들이 즐겨 먹는 인기 조합과 설명 등을 담은 홍보물도 비치했다. 여기에 ‘K누들 챌린지 스테이션 구역’도 만들었다.


경쟁사 CU는 서울 홍대에 라면 라이브러리를 열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외 인기라면 230여종을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매장이다. GS25와 CU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 관문인 인천공항에도 매장을 운영하며 한국 과자와 라면 등을 중점적으로 팔고 있다.


GS25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최신 리테일테크 콘텐츠를 통해 고객 체험을 극대화하고 외국인들에겐 한국의 인기 먹거리를 소개하는 신개념 편의점을 만들게 됐다”며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과 추억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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