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 도발한 상대에 성적 표현…"분노 표출 목적이라면 통매음 아냐" [디케의 눈물 277]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4.09.03 05:03
수정 2024.09.03 05:03

피고인, 지난해 온라인 게임 중 '벌레들 하이' 조롱당하자 성적 표현으로 응수…항소심 무죄

법조계 "통신매체음란죄, 서로 일면식 있거나 상대방 성별 인지하고 있을 때 성립"

"상대방 비난 응수하고 분노 표출 위한 목적이라면…성적 수치심 줬다고 보기 어려워"

"SNS·메신저 등 성별 및 신상 특정 가능한 공간서 성적 표현 썼다면…모욕죄도 성립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 게임 중 상대방의 도발적 발언을 성적 표현으로 받아친 20대가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통매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선고 받았다. 법조계에선 서로 일면식이 있거나 상대방의 성별을 아는 상태일 때 통매음 혐의가 성립한다면서 비난에 응수하고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표현 만으로는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상대방의 신상이 특정 가능한 SNS, 메신저 등에서 성적인 표현이 쓰였다면 통매음 혹은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기소된 A(24)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16일 원주시 한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던 중 모르는 사이인 게임 유저 B(23·여)씨가 '벌레들 하이'라고 했다는 이유로 유사 강간 행위를 연상케 하는 성적 표현을 써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B씨가 기분 나쁜 인사 메시지를 보내 분노의 감정에서 보낸 것"이라며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피해자가 여성이란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한 상태에서 메시지를 보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포함돼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에게 화가 나 그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모욕감, 분노 등을 유발해 통쾌감과 만족감 등을 느끼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었다고 봤다. 다만 "채팅 내용에 문제가 있고 그 수준이 형사처벌에 근접한다"며 "앞으로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든 무시하고 욕설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임예진 변호사(아리아 법률사무소)는 "통매음 혐의가 성립하려면 상대방과 일면식이 있거나 혹은 상대방의 성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성적 비하 표현이 사용됐어야 한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상황에서 분쟁이 발생한 경우 상대방의 비난에 응수하고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욕설은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며 고의로 수치심을 주고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킨 표현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방과 나눈 대화의 전체적 맥락과 취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만약 상대방의 성별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 전에 대화가 오가던 사이였다면 판단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통매음 혐의는 상대방 혹은 자신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을 때 인정된다"며 "행위의 동기와 경위를 봤을 때 상대방의 비하를 받아칠 목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면 욕설의 수위가 세도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단순히 욕설의 수위가 세다고 통매음 혐의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의 행위에 반발하고자 순간적으로 불쾌감을 유발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수준을 넘어서 고의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성적 표현을 했다면 통매음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게임과 달리 상대방의 성별, 이름 등이 특정 가능한 SNS, 메신저 등 공개된 공간에서 성적인 표현이 이뤄졌다면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 혹은 모욕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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