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시간 걸리더라도 결국 잡혀…전담 법률 마련 시급" [법조계에 물어보니 492]
입력 2024.09.03 05:01
수정 2024.09.03 05:01
법조계 "딥페이크 성범죄 이뤄지는 텔레그램 방 들어간 사실만으로도 기소되는 경우 많아"
"입장 자유롭지 않고 확인 하에 들어가는 곳이면 거의 잡힌다고 봐야…의지만 있으면 잡을 수 있어"
"경찰에 신고된 것 중 검거율 50%…해외서버 SNS, 수사 비협조적이어서 정보 요청 회신 잘 안 해"
"지금은 성폭법 안에 딥페이크 처벌법 포함…성폭법만 손 봐서는 선사고, 후조치 반복될 것"
정부가 연일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에 강력 대응을 경고하고 있지만 가해자들은 여전히 '잡힐 리 없다'며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딥페이크 성범죄 검거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맞지만 결국 잡힐 수 밖에 없다며 전담 법률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 "피해자에게 정신적·사회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주는 중대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전히 온라인상에서는 '학교폭력 딥페이크 대책본부'라는 이름의 카페가 등장하는 등 단속을 피하기 위한 대처 방법이 공유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성범죄의 경우 검거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맞지만 절대 안 잡힌다는 주장은 틀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장판사 출신 임동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이뤄지는) 텔레그램 방에 들어간 사실만으로도 기소된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돈을 내면 방에 들어가게 해주는 것 아닌가. 처음 방에 들어올 때 돈을 지급한 걸 토대로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더라. 입장이 자유롭지 않고 확인 하에 들어가는 곳이면 거의 잡힌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특히 "시간은 좀 걸리지만 관련 기록을 한 단계, 한 단계 확인해서 결국 잡아 오더라. 의지만 있으면 힘들긴 하겠지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허위 영상물 등의 반포 등)에 근거해 제작·반포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영상물을 돈을 받고 팔았다면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고 강조했다.
성범죄 전문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는 "경찰에 신고된 건 중에서는 검거율이 50% 정도 되는 상황 같다"며 "보통 텔레그램을 쓰는데 가입자 신원을 안 알려주지 않느냐. 해외에 서버를 둔 SNS는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아서 정보 요청을 해도 회신이 잘 안 온다. 아는 사람들끼리 알던 이런 사실을 지금은 다 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이뤄지는) 대화방을 조금 운영하다가 폭파하고, 옮겨가기에 경찰에서 잠입해서 단서를 모을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라며 "지금은 성폭법 안에 딥페이크 관련 처벌법이 들어가 있는데, 딥페이크를 전담하는 법률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딥페이크로 인해 만들어지는 범죄가 성범죄뿐만이 아니다. 성폭법만 손봐서는 늘 '선사고 후조치' 밖에 안 되는 거다. 전반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작업·입법을 하지 않고서는 점점 더 입이 떡 벌어지는 사건 사고 사례를 계속 접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텔레그램은 자신들의 영업 수단이니까 (이용자 정보를) 공개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겠지만 그 범죄의 방조범 내지는 공범이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텔레그램 법인을 조사한다고 하는데 거기부터 수색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독자적인 법령을 만드는 게 필요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새로운 유형의 범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처벌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세계가 그런 부분에서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 갈 테니까 다른 나라 입법도 봐 가면서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안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딥페이크 영상을 익명으로 공유하고 IP 우회 등의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추적이 어렵고, 영상이 전파되는 플랫폼이 해외에 기반한 것이면 수사 진척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특정 접근 방식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다크웹에서 이뤄지는 범죄들은 그 접근의 폐쇄성, 강력한 데이터 휘발성 때문에 포착하기가 어렵다. 결국 수사기법이 어떻게 이러한 기술적인 난점을 극복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안 변호사는 또 "딥페이크 영상의 제작이나 유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등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배포 등),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저작권법 등 위반의 문제로 처벌될 수도 있고, 선거와 관련된 딥페이크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8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