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자 외면받는 코스닥...정체성 회복 시급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4.08.27 07:00
수정 2024.08.27 09:08
거래대금 연중 최저 수준...‘성장 동력 부재’ 한계
단타 속 시세조종 기승...시장 외면 악순환 고리
벤처 기업의 요람...역동성 키워 성장 촉진해야
코스닥 시장이 갈수록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가면서 ‘2류 시장’이라는 낙인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은 출범한 지 28년이 지났지만 저조한 실적과 주요 기업들의 이탈,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여전히 코스피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모양새다.
코스닥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26일 5조6332억원, 29일 5조3692억원으로 잇달아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코로나19 테마주 등이 주목받으면서 9조원대까지 증가했지만 전날(26일) 다시 6조5235억원으로 감소했다.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연중 최고치인 지난 2월 23일(14조8043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넘게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거래량을 끌어올린 테마주도 실체가 불분명한 만큼 급등세를 보이다가 이내 급락하며 힘 빠진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은 지난 1996년 7월 1일 미국의 나스닥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졌지만 최근 뚜렷한 경쟁력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기술 기업들의 강세로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나스닥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11.51%(866.57→766.79) 하락하면서 같은 기간 코스피가 1.61%(2655.28→2698.01)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이러한 부진에는 우선 시장에 주도주와 동력이 부재하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주에 포진된 2차전지 종목들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고 코스닥 우량 기업들도 줄지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면서 시장 활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실적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코스닥은 올해 증시 랠리를 주도한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밸류업 테마의 강세장에서도 소외돼 있다. AI 반도체 관련 주식들은 코스피에 집중됐고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가동한 밸류업 역시 대형주의 주주환원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시장의 질적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테마주를 통해 단기 차익을 보려는 개인투자자들만 늘어나면서 ‘단타’의 장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기관과 외국인이 수급을 주고 받는 코스피와 달리 개인 자금이 많은 코스닥은 각종 외부 변수에도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량 벤처 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야 하는 코스닥이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닥 시장은 ‘한 방’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관들이 시장을 이탈하게 하고 내실 있는 기업들이 시장을 외면하도록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코스닥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2부 리그’라는 인식과 단타 매매, 떨어질대로 떨어진 신뢰도를 개선하기 위해선 보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만들어진 시장인 만큼 속도와 활력, 효율성이 중요하다. 한국거래소가 부실 기업 조기 퇴출 등 코스닥의 제도 개선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얼어붙은 시장을 해동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코스닥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과 세제 혜택 확대 등 강력한 지원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코스닥의 역동성을 키우는 것이 유망 기업들의 성장과 우리 자본시장의 활성화, 미래 경제의 기틀을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정부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