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홀린 크래프톤 ‘인조이’, 배그 잇는 효자 IP 될까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입력 2024.08.26 13:36
수정 2024.08.26 14:47

게임스컴 2024 부스에 글로벌 게이머 몰려

사실적 그래픽과 자유로운 창작 시스템 호평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강자 '심즈' 견줄지 관심

'게임스컴 2024'에 마련된 크래프톤 '인조이' 부스에서 게이머들이 게임을 시연하고 있다.ⓒ크래프톤

크래프톤이 개발 중인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가 화제다. 독일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 2024’에 마련한 부스에 해외 이용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리면서 심즈가 독점하던 해당 장르의 차기 기대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열린 게임스컴 2024에 인조이 시연 공간을 마련했다. 연내 스팀에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버전 출시를 앞두고 글로벌 이용자들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개막 첫날 인조이 시연 부스 앞은 게임을 즐기려는 전 세계 게이머와 업계 관계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30~40분 시연을 위해 5시간 이상 대기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인조이는 이용자가 신적인 존재가 돼 사람처럼 희로애락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는 다양한 캐릭터 ‘조이’를 조종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게임이다. 나만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거나 집을 설계하는 등의 자유로운 창작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인간관계 형성이 게임의 핵심 요소다.


해당 장르는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이하 EA)의 시뮬레이션 게임 시리즈 ‘심즈’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분야다. 2000년부터 선보여 온 시리즈로, 2014년 출시된 최신판인 심즈4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7000만 플레이어를 확보하고 있다고 발표된 바 있다.


크래프톤은 심즈의 기본적인 문법은 따르면서도 그래픽 측면에서 차별점을 꾀했다. 언리얼 엔진5를 사용한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장수 IP인 심즈의 한계를 파고들었다. 다양한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AI 기술도 활용했다. 이미지 파일을 게임에 업로드하면 AI가 해당 물체를 인식해 3D 물체로 만들어주는 3D 프린터 기능이 대표적이다. 프롬프트 기반 이미지 생성 AI를 통해 옷이나 액자 등에 명령어 입력 시 자동으로 도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며 세계를 탐험하는 직접 조종 방식을 채택했다. 심즈는 마우스 클릭으로만 캐릭터를 조종할 수 있지만, 인조이는 방향키 입력을 통해 캐릭터의 섬세한 이동을 지원한다.


배동근 크래프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12일 진행한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인조이는 서구권 위주의 기존 게임들을 이용했던 코어 팬뿐만 아니라 이러한 장르를 처음 접하는 신규 유저나 아시아, 중동, 남미, 등 전 세계 게이머를 표적 이용자로 삼았다”며 “최근에는 다양한 경쟁작이나 신작이 등장하지 못했고 유사한 게임성의 경쟁작 개발이 종료됐다는 소식이 있다.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출시 전부터 UGC를 통한 커뮤니티 기능을 고도화하고 나섰다. 캔버스를 통해 이용자들이 쉽게 창작물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이용자들이 창작물에 투표하거나 소통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게임 플레이 외에도 게임을 새롭게 즐길 수 방법을 마련해 IP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시도다.


게임스컴 기간에 맞춰 스팀에 캐릭터 스튜디오를 오픈했는데, 자체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 플랫폼 캔버스에 이틀 만에 약 10만 개가 넘는 창작물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26일 오후 2시 기준 만들어진 창작물 개수는 19만4649개로, 20만개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이 이전부터 지적받아 온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원 툴 리스크를 해소하고 새로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하나증권 이준호 연구원은 “경쟁작으로 예상되었던 ‘라이프 바이 유’가 지난 6월 개발이 취소되면서 차세대 심즈를 찾는 게이머들에게 기대를 받고 있다”라며 “AI를 활용한 UGC 모드 적용으로 심즈의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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