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의 '사법리스크' 기대감, 자력으로 대선까지 가는 길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4.08.26 07:00
수정 2024.08.26 07:06
李 '사법리스크' 의식한 저울질만
연대로서 힘 발휘하는 시대는 지나
이재명표 정책, 아직 한방이 없다
반사이익 기대 그만두고 자력 키워야
비명(비이재명)계의 대표선수들이 잠행을 깨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오는 10월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사당(私黨)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돼버린 민주당 차기 대선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친문·친명계 모두 '사법리스크'를 의식한 저울질만 할 뿐, 이 대표 피선거권 박탈 외 결과를 생각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 판결 결과가 희망대로 나와줄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는 여건이다.
최근 법원들은 1심에서 유죄가 나오더라도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추세다. 또 설령 법정구속이 되더라도 현역 국회의원인 이 대표는 헌법 제44조 2항에 따라 회기 중에는 바로 석방돼버린다.
이에 비명계의 자강과 화력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사이익에 모든 희망을 거는 듯한 선택지는 유권자들의 환영을 받기 어렵다. 오히려 이 대표에게 사법리스크가 없는 상황을 가정해보면, 1년 전과 달라진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이재명 1기 지도부 상황에서는 국민이 야당 탄압이라는 논리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지만, 당헌까지 바꿔가며 당대표 연임을 이어간 이 대표가 '정치적인 역량'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지지율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전 경남지사·김동연 경기지사 등 국민의 눈길을 끌만한 인물도 다수 등장했다. 이들은 그간 중앙정치에 관여할만한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 대표가 의식해야 하는 정치적 경쟁자가 여러 명 생긴 셈이다.
섣불리 연대를 구상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정치인이 연대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유권자들이 언제든 콘텐츠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민생회복지원금, 기본소득 시리즈에 찬반이 갈리는 것은 아직 국민에게 큰 임팩트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표의 정책에는 아직 한방이 없다. 지난 총선 조국혁신당이 깜짝 돌풍을 일으킨 것 역시 현 지도부 체제의 민주당이 인기가 없음을 방증한다.
중도층의 표심은 얼마나 좋은 정책을 내느냐. 얼마나 좋은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한순간에 변화할 수 있다. 반사이익만 보고 추후 활동을 논한다는 것은 결국 자체적인 발광체가 되지 못한다는 증거다. 정치적인 내용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자신만의 콘텐츠로 국민의 판단을 얻을 수 있는 '볼만한 경쟁'이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