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밀, 사실상의 국가기밀…'온라인 간첩'은 어쩌나 [캐치미 이프유캔 ③]
입력 2024.08.16 06:30
수정 2024.08.16 06:30
미래 국가 경쟁력 좌우할
산업기밀 보호 필요성 커져
美, '경제간첩법'으로 대응
"온라인 해킹, 오늘날의 간첩 활동"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의 기밀 유출 사건을 계기로 간첩죄 관련 조항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간첩죄가 '좁은 의미'의 국가기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국가기밀에 대한 재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관련 맥락에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기밀을 국가기밀로 간주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전 세계가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치열한 정보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산업기밀 수집·유출을 간첩 행위에 준하는 범죄로 다룰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현행 간첩법제의 문제점과 혁신방안'을 주제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간접죄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는 것 같다"면서도 "국가기밀 내지는 군사기밀뿐만 아니라 산업기밀에 대해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한다. 21세기 글로벌 경쟁에 있어 국가 존립을 위해 어떤 의미에서는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산업비밀보호법 등을 적용해 처벌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적극적 대응'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군사비밀보호법이 있는데 왜 간첩죄를 가지고 논의하겠느냐"며 "의미나 비중, 대응의 적극성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산업기밀 유출에 대해 미국은 1996년 경제간첩법(Economic Espionage Act)을 제정해 대처하고 있다"며 "독일, 대만, 일본 등도 '특정비밀 보호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 명예교수는 "오늘날에는 산업 핵심 기술 및 정보도 국가기밀에 준하는 것으로 취급·대처하고 있다"며 "산업기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인식하고 외국 사례처럼 이를 간첩죄의 일종으로 다스려야 된다"고 밝혔다.
제 명예교수는 해킹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간첩활동이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인 해커들이 우리나라 주요 기관 전산망에 들어와 기밀을 탈취해 가고 있다"며 "오늘날의 시대에서는 (그것이) 간첩 활동이다. 정보통신망법 가지고는 안 될 것이다. 외국에는 사이버 안보법이 있지만 우리는 제정이 안 돼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사이버 안보법'으로 평가되는 3개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계류 끝에 폐기됐다.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는 안보실"
일각에선 관련 부처들의 '물밑 경쟁'이 논의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 공공 분야는 국가정보원이, 민간 분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방 분야는 국방부가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과거 국정원이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가 여타 부처 및 기관들의 반발을 산 일까지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윤오준 국정원 3차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는 국가안보실"이라며 "안보실 중심으로 국정원이 지원하고 민관이 함께 가는 모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이버 안보법과 관련해선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 법"이라면서도 "공감대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사회 각계를 대상으로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권에서도 관련 문제점을 인식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여야가 머리를 맞대 국익 수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최근 논평에서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사이버 안보법 제정과 간첩죄 개정이 시급하다"며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날로 광범위하고 대담해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해킹과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한 사이버 안보법 제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안보 시대에 맞게 첨단 기술을 유출하는 '산업 스파이'를 간첩죄 수준으로 엄중히 다스릴 필요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