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우 구하러 뛰어든 오혜리 코치 “뭐든지 해야 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입력 2024.08.10 13:37
수정 2024.08.10 13:37

제자 서건우 판정 오심에 코트 뛰어들어 항의

판정 뒤집힌 서건우 기사회생, 대신 오 코치는 세계태권도연맹에 경고

서건우를 위로하는 오혜리 코치. ⓒ 뉴시스

한국 태권도 남자 80kg급 서건우(20·한국체대)가 2024 파리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해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가운데 그를 지도한 대표팀 오혜리(36) 코치의 ‘엄마 리더십’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서건우는 10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남자 80kg급 3위 결정전에서 에디 흐르니치(덴마크)에게 라운드 점수 0-2(2-15 8-11)로 패했다.


우리나라에서 이 체급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한 서건우는 첫 메달까지 노렸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실 서건우는 파리 올림픽 첫판에서 탈락할 뻔했다가 기사회생했다.


‘복병’ 호아킨 처칠 마르티네스(칠레)를 상대로 1라운드를 패한 서건우는 2라운드에서도 끌려가다 경기 막판 16-16으로 극적인 동점을 이뤘다.


이 경우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머리-몸통-주먹-감점의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가리는데 최초 판정서 심판이 처칠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자 한국은 오혜리 대표팀 코치가 강력하게 항의했다.


서건우가 두 차례, 처칠이 한 차례 회전 공격을 성공했음을 알고 있었던 오 코치는 코트로 뛰어들어 심판을 붙잡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어 본부석으로 뛰어가 오심이라고 따졌다. 오 코치의 빠른 대처로 결국 심판들이 모여 재검토한 결과 판정이 번복되면서 서건우가 2라운드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서건우가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준결승전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뉴시스

안정을 찾은 서건우는 3라운드서 처칠을 강하게 몰아붙이며 승리를 따내 16강을 통과했고, 준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다만 오 코치는 당시 항의로 인해 세계태권도연맹(WT)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규정상 지도자는 심판이 아니라 기술 담당 대표에게 항의해야 한다.


세계태권도연맹(WT)은 오 코치의 행동에 대해 대한체육회를 통해 공개 사과도 요구했다.


오 코치는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뭐든지 해야 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며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제자를 구하기 위해 코트에 뛰어 든 오혜리 코치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여자 67kg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에도 파이팅이 넘쳤던 그는 코치가 돼서도 선수 못지않은 승부욕을 발휘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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