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살 수 있을까….” [기자수첩-부동산]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4.08.08 07:01
수정 2024.08.08 07:01

서울 위주 매매가·전셋값 상승세 지속

시장 불안↑…무주택자 ‘공포매수’ 부추겨

정부 공급대책 예고, 집값 안정 효과 ‘글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에서도 청약 미달로 미분양을 떠안고 애를 먹는 단지들이 있었다.ⓒ데일리안DB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에서도 청약 미달로 미분양을 떠안고 애를 먹는 단지들이 있었다.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분양가보다 수억원씩 몸값을 낮춘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도 심심찮게 보였다.


그런데 웬걸, 불과 반년 새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마피·무피는 온데간데없고 외려 몇억원씩 웃돈이 붙어 거래가 이뤄진다.


지난 2022년 12월 분양 당시 899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해 미분양 났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은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입주권에 무려 10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었다. 전용 84㎡의 분양가는 12억~13억원선이었는데, 현재 같은 평형대 입주권은 25억~31억원까지 치솟았다. 2년 만에 2배나 오른 셈이다.


서울 전역의 집값이 모두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강남3구·용산 등 핵심 입지에선 아파트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한다. 이 같은 오름세는 점점 인접 지역으로, 서울 외곽으로 번져 인천·경기까지 확산하고 있다.


기자가 요즘 부동산시장을 취재하면서 전문가들로부터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무주택자의 조급함이 심화됐다”는 말이다.


안 그래도 팍팍한 서울살이에, ‘내 집 마련’의 꿈이 더 멀어질까 마음이 초조해지는 거다. 앞으로 한동안 공급절벽이 이어질 거라는 건 이미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예견된 상황이고, 오를 대로 오른 분양가는 계속해서 더 오를 일만 남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 기자 역시 마음 한편에 조급함이 커진다. 아무리 꼼꼼히 들여다보더라도 기자 또한 전세사기 그림자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세입자 신세이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다달이 돈 100만원 이상을 월세와 관리비로 흘려보낼 만큼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도 않다.


오피스텔에서 아파트로, 전·월세살이를 청산하고 자가 마련을 꿈꾸지만,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목표는 꿈을 꾸는 것에서부터 이미 ‘입구 컷’ 당한 기분이랄까.


그간 공급물량이 넉넉하고 집값이 추세적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던 정부는 뒤늦게 또다시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매주 시장 모니터링도 시작했다. 재건축·재개발을 앞당기고 공공물량을 늘려 주거 안정을 꾀하겠단다. 기시감만 든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정부 정책을 또 믿고 기다리는 게 맞나,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미 역대 정부를 거치며 맛봤던 씁쓸한 실망감만 되새김질할 것 같은 기분을 기자 혼자만 느끼는 건 아닐 테다.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민족대이동을 하듯 서울로, 서울로 수요가 몰려든다. 이 같은 비정상을 바로 잡기 위해선 정부는 시장에 만연한 불안심리를 달래줄 필요가 있다.


과거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렇다. 집은 빵처럼 오븐에서 금방금방 구워낼 수 없다. 공급을 늘리겠다, (법 개정 여부도 불투명한데) 규제를 풀겠다 등의 공수표는 불안한 무주택자의 마음을 전혀 보듬어주지 못한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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