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복도에 쌓여가는 개인 짐…신고포상제 부활될까 [데일리안이 간다 70]
입력 2024.08.07 05:11
수정 2024.08.07 10:23
아파트나 오피스텔 복도 등에 개인 짐 적치는 소방시설법 위반, 과태료 최대 300만원
시민들 "집 공간 넉넉지 않아 일부 짐 복도로, 불법인 줄 상상도 못 해…쓰레기 악취 진동"
아파트 관리인 "비상계단 문 앞까지 짐 쌓아 두는 집도 즐비…각종 경고에도 아무 소용없어"
전문가 "건물 복도는 피난로, 안전불감증 심각…건물 관리인 및 공무원에 단속 권한 부여해야"
아파트나 오피스텔 복도 등에 개인 짐을 쌓아두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따라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위법 행위지만, 주민들은 법 자체를 잘 모르거나 불법임을 알고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단속과 홍보, 계도를 강력히 집행해야 하고 건물 관리인이나 지자체 공무원에 단속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특히, 어느 정도 부작용이 있더라도 '신고 포상제'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6일 데일리안은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 등에 위치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공용 복도를 살펴봤다. 대부분 작은 면적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평소에도 복도 물건 적치 민원이 빈발하는 곳이다. 예상대로 이곳 공용 복도에는 집마다 내놓은 개인 짐들이 적치돼 있었다. 택배로 받은 생수부터 각종 박스, 쓰레기 등이 대부분이었다.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이나 자전거도 있었으며 한 오피스텔에는 양옆으로 짐이 쌓여 있어 공용 복도의 절반 이상을 막아버린 경우도 있었다.
현행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단속 대상이며 위반 시 1차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공용 복도는 피난시설에 해당하는 만큼 개인 짐이 나와 있어서는 안된다. 관리사무소 측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안전상의 문제로 공용 복도에 적치물을 두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관리인은 기자에게 "얼마 전에 복도에 내놓은 쓰레기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아파트 층마다 '복도에 개인 짐을 적치하지 말라'는 내용의 경고문을 붙였지만 효과는 크게 없었다. 비상계단 문 앞까지 짐을 쌓아놓는 집도 있어서 구두로 경고했지만 여전히 짐을 치우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아파트 주민 김모(39)씨는 "과거에 부모님과 함께 아파트에 살 때도 짐을 복도에 내놨었다. 그러다 보니 이게 불법인 줄 상상도 못했다"며 "집 안에 두기 애매한 자전거나 분리수거하려고 모아놓은 쓰레기 등을 주로 복도에 둔다. 주변에도 대부분 이런 짐들이 복도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의 오피스텔에서 만난 송모(28)씨는 "아무래도 집이 좁고 수납공간이 넉넉지 않다 보니 생수나 당장 개봉하지 않아도 되는 큰 택배 상자는 복도에 두는 편"이라고 전했다.
최모(31)씨는 "오피스텔 복도에 쓰레기를 내놓는 사람도 있더라. 요즘같이 더운 여름철에는 냄새가 나 불쾌하고 벌레도 꼬일 수 있어 무섭다"며 "본인 집안에 두면 해결되는 문제지만 악취 때문에 이렇게 밖에 쓰레기를 둔 것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적치물은 화재 발생 시 좁은 건물 복도나 계단을 이용할 때 심각한 방해 요소가 된다. 특히 불이 나면 정전이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고 압사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건물 복도 등에 물건이 적치돼 있는 것이 위험한 일이라고 인식하고 신고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다.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문 부회장은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할 때 복도에 물건을 적치하는 것은 위법이고 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며 "단속 인력이 부족한 만큼 소방안전관리대행사나 건물 관리인, 자자체 공무원 등에게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물 복도는 재난 발생 시 피난로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곳이 막히면 피난 시간이 지체돼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며 "그래서 피난로에 어떠한 장애물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특히 "과거에 시행됐다 부작용 등으로 축소된 신고 포상제도를 다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또 건물 복도에 짐을 적치하는 것이 위험한 행위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홍보·계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