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證, 실적 악화에 매각설까지…위기 맞은 유창수 리더십
입력 2024.08.01 06:00
수정 2024.08.01 06:00
부동산 PF 위험노출액 자기자본 대비 71% 수준
‘채권 돌려막기’ 검사 돌입…리스크 관리 부담↑
사업구조 한계…수익원 다변화 등 타개책 필요
유진투자증권이 거듭된 실적 악화와 수익성 부담으로 자산건전성 저하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때아닌 매각설까지 다시 거론되는 등 사업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며 유창수 오너 리더십이 한계에 부딪혔단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실적이 다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올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익이 1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7% 감소한 데 이어 조만간 발표될 2분기 실적에서도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들은 최근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신용평가 보고서를 통해 낮은 수익성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기업금융(IB)과 리테일 모두에서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며 자산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우선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추진에 따른 IB부문 위축 우려가 제기된다.
나신평은 올해 3월 말 기준 유진투자증권의 부동산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가 6916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70.7%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과거 발생했던 PF 부실채권과 지난해 4분기 중 이뤄진 채무보증건 일부가 요주의자산으로 분류되면서 저하된 자산건전성 지표가 지속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높은 우발부채도 수익성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신평은 올 3월 말 기준 우발부채 잔액이 5507억원으로 자본 대비 56.3% 수준에 달해 중소형 증권사 비교그륩 평균과 비교해 높다고 지적했다.
자본적정성 지표 역시 경쟁사 대비 열위하단 평가다. 유진투자증권은 이익창출력 저하와 배당 등으로 영업용순자본 증가폭은 더딘 반면 총위험액은 4000억원 내외에서 유지되며 3월 말 조정 유동성비율이 103.4%로 나타났다.
리테일 부문에서 리스크 관리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채권 돌려막기’와 관련해 리테일 채권 영업 및 판매 과정 전반을 들여다 보기 위해 유진투자증권을 비롯한 일부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에 나섰다.
검사 결과에 따라 당국의 징계가 예상돼 사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KB증권과 하나증권이 랩·신탁 운용 불법 자전거래로 기관 제재와 임원·담당자 제재 조치를 받은 가운데 나머지 증권사들의 징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사 중심의 리테일 영업확대로 인해 위탁매매 수수료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런 부분으로 지목된다. 유진투자증권의 위탁매매부문 점유율은 지난해 말 1.1%에서 올 3월 말 1.0%로 소폭 낮아졌다.
계속된 실적 부침에 지난해 9월에 이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유진투자증권을 인수할 수 있다는 매각설이 재차 돌고 있다. 최근 한양증권 매각 이슈가 불거진 이후 부동산PF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중소형사들 중 추가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다만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매각설이 거론된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양사는 어떠한 관계도 없다”고 해명했다.
거듭된 매각설은 경영 리더십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방증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유재필 유진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인 유창수 대표가 경영권을 쥐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0년부터는 고경모 대표이사와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각자대표 체제 전환 이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는 호실적을 내는 등 승승장구 했으나 이후 성장세가 주춤하다.
2021년 연간 영업이익이 1170억원(연결 기준)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2022년 18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작년에도 270억원에 그쳤다.
각자대표 체제 하에서 고경모 대표는 영업과 리스크 관리 등 내부 경영을 맡고 유창수 대표는 경영전략을 담당하고 있는데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PF 사업장 평가 기준 강화로 인한 대손비용 증가로 유진투자증권을 비롯한 중소형사들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익 구조 다변화가 결국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