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생태계 도전장 낸 삼성…HW·SW 모두 만족시킬까
입력 2024.07.23 11:32
수정 2024.07.23 12:53
메타·애플 이어 삼성 올해 '플랫폼' 내년 '기기' 공개 전망
가격, 무게, 편의성, 사용성 두루 갖춘 XR 기기가 경쟁력
삼성전자가 '넥스트 폰'으로 불리는 XR(확장현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XR플랫폼'이라는 에코시스템을 먼저 만든 뒤 디바이스(기기)를 출시하는 방식이다. 메타, 애플에 이은 강력한 플레이어 등장으로 XR 주도권 경쟁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차세대 XR은 그간 단점으로 지적돼온 무게와 가격 한계를 극복한 고성능 기기가 될 전망이다. 생성형 AI 등을 접목한 생태계 구축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현실 보다 더 현실적인 '킬러 콘텐츠' 개발로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기기 경험을 뛰어넘는 차별성을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향후 XR 경쟁 우위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XR플랫폼 공개" 선언으로 글로벌 XR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가진 '갤럭시 언팩 2024' 클로징멘트에서 "XR플랫폼을 올해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XR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포괄하는 단어로, 몰입감과 직관성을 갖춰 모바일을 뒤이을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진출한 메타,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도 XR 분야 주도권 확보를 위해 관련 기기를 준비해왔다. 디바이스 제조는 삼성이 주도하되 OS(운영체제), SW(소프트웨어)는 구글이, 반도체·칩셋은 퀄컴과 협력하는 방식이다.
다만 기기가 아닌 플랫폼을 먼저 선보이는 방식을 택했다. 노 사장은 "XR 기기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좋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은 서비스 컨텐츠를 누리려면 에코시스템 확보가 중요하다. 기기 출시에 앞서 에코시스템을 먼저 만들고 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XR 시장의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는 수요가 저조한만큼 플랫폼 공개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공개해 게임, 스트리밍, 콘텐츠, 서비스 등 여러 회사들과 개발할 환경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실제 XR 기기 출시는 내년 이후부터가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가장 장악력이 큰 곳은 메타다. VR 스타트업 오큘러스를 2014년 인수하며 XR헤드셋 시장에 진출한 뒤 2020년 오큘러스 퀘스트2, 2022년 메타 퀘스트 프로 등을 줄줄이 내놨다. 작년 10월부터 판매한 '메타퀘스트3'는 3개월간 100만대가 팔렸다.
메타를 잡기 위해 애플도 지난 2월 X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하며 XR 기기 전쟁에 뛰어들었다. '공간 컴퓨터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비전 프로를 차별화를 꾀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TCL은 AR 스마트 글라스 '레이네오 X2 라이트(RayNeo X2 Lite)'을 내놨으며 화웨이도 XR기기 '비전 프로'를 연내 출시할 전망이다.
플레이어는 속속 늘고 있지만 XR 기기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비싸고 무거운 폼팩터, 킬러 컨텐츠 부재 등이 손꼽힌다.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새 기기를 경험해볼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3500 달러(약 485만원)에 달하는 애플의 비전프로는 올해 당초 목표치(100만대)의 절반 수준 판매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가격 경쟁력이 있는 신제품으로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메타는 퀘스트3의 저가 모델인 퀘스트3S 출시를 준비중이다. 가격은 499 달러(70만원)인 퀘스트3 보다 100 달러 가량 낮게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에는 퀘스트4를 ▲피스모 로우 ▲피스모 하이라는 두 가지 버전으로 내놓는다. 가격과 사양을 각각 다르게 해 판매 증가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비전 프로를 겨냥한 고급 헤드셋(제품명 라 홀라 La Jolla)은 2027년 선보일 전망이다.
애플도 비전프로 2세대 출시 이전 저렴한 비전 프로 헤드셋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르면 내년 말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퀄컴을 등에 업은 삼성전자가 어떤 XR 폼팩터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애플 비전 프로처럼 고급형을 시도하거나 메타 퀘스트처럼 대중화 전략을 취할 가능성 모두 제기된다.
기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콘텐츠다. XR 기기 안에 탑재될 콘텐츠에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이 언팩에서 언급한 게임, 스트리밍, 콘텐츠, 서비스를 아우를 수 있는 맞춤형 앱, 영상 콘텐츠 등을 마련해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높이는 것이 요구된다.
프란시스코 제로니모 IDC 부사장은 애플 비전 프로가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시장의 우려와 기대를 해소시킬 삼성의 XR 전략은 하반기 'XR플랫폼 공개'에서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