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수영장에 어메니티 장착”…호텔업계, ‘펫캉스’ 맛집으로 진화
입력 2024.07.18 07:33
수정 2024.07.18 07:33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 명
정부, ‘반려동물 금지’ 규제 완화
호텔, 전용시설 갖추고 펫 어메니티 제공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서면서 호텔업계서도 펫 프렌들리 서비스를 앞세운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동반 입장 정도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객실 내 ‘펫 어메니티’부터 강아지 전용 물놀이장 등 반려동물 전용 시설까지 갖추게 됐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세다. 최근에는 사료, 의료, 놀이 등 필수 요소를 넘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4조원 이상. 2027년엔 6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반려동물 동반 여행’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된 이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었지만, 반려인들은 사랑하는 강아지와 함께 국내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호텔, 리조트, 펜션 등 숙박시설 위주로 이뤄지던 ‘펫캉스’는 한층 진화 중이다.
버스, 열차, 선박, 항공기 등 교통수단을 동물과 반려인이 함께 이용하는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 역시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른 반려동물 동반여행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관련 예산 지원을 확대하는 중이다.
특히 현행법상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식당이나 카페에서 같은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을 수는 없다. 식품위생법상 동물의 출입, 전시 또는 사육공간과 일반 소비자들의 취식을 분리해야 한다. 허가 받지 않은 애견카페 등에서 사람이 애완견 옆에 앉아 음식을 먹는 것도 위법이다.
다만 정부는 지난 2022년 12월 규제특례위원회를 통해 일정 조건을 갖춘 사업장에 시범적으로 허가를 내주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이 광범위해진 상황을 고려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비중은 28.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8년 23.7%에 비해 5년 새 4.5%p 증가했다.
호텔업계는 서로 더 새로운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나섰다.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여행객들은 지출을 아끼지 않는 성향이 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당일치기 여행의 경우 반려동물을 동반한 여행객이 일반 여행객보다 5.1배 더 지출했다.
소노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강원 홍천의 소노펫클럽앤리조트는 대표적인 펫팸족을 위한 리조트다. 2020년 7월 157실 규모로 첫 선을 보인 이곳은 천연잔디로 조성된 약 5000㎡(1500평)가 넘는 면적의 ‘플레이그라운드’에서 목줄 없이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함께 뛰어놀 수 있다.
반려견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재부터 침대 높이까지 맞춤형으로 설계됐다. 현행 규정상 식당, 카페 등은 반려동물 출입 공간과 분리돼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반려동물 전문 셰프가 개발한 펫 메뉴와 다양한 브런치도 선보인다.
특히 기존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명랑운동회’, ‘미술활동’ 같은 반려견 전용 프로그램과 위탁관리 서비스도 준비돼 있다.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켄싱턴리조트 충주는 당초 마이스(MICE)나 기업 연수 등 단체 고객에 특화된 리조트였으나 반려 인구 증가 추세에 맞춰 ‘펫 프렌들리 리조트’로 모습을 바꿨다. 반려동물 동반 가능 객실 총 80실, 일부 객실은 발코니에 펫 놀이터와 바비큐 시설까지 갖췄다.
여름휴가철을 맞이해 이달 31일까지 반려동물을 위한 펫 전용 ‘멍 물놀이장’도 운영한다. 성인 발목이 잠길 만큼 얕은 물놀이장부터 수심 110㎝까지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시그니엘 부산에서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호캉스’를 즐길 수 있다. 총 4개의 객실을 반려견 동반 객실로 운영하고 있으며 펫 계단, 펫 침대, 전용 식기 등 펫 어메니티가 준비돼 있다. 반려견의 편안한 이동을 돕는 펫 유모차, 케이지 등도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어메니티와 각종 서비스도 쏟아진다. 반려견 동반 패키지를 이용하면 반려견 이름이 새겨진 펫 전용 케이크와 프리미엄 펫 브랜드 ‘스몰스터프’의 펫 가운과 안대, ‘프랑소와펫’의 풉백(배변봉투) 등이 제공된다.
조선호텔앤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레스케이프 호텔 역시 반려동물 서비스를 크게 늘렸다. 기본형부터 스위트룸 객실까지 종류별로 반려동물 동반 객실을 마련하고, 전용 침대와 배변패드, 고급 식기, 장난감 등을 구비하고 있다.
100만원대를 호가하는 명품 강아지 유모차 ‘에어버기’도 빌려준다. 객실 내 무선 청소기와 공기 청정기, 헤어드라이어 모두 다이슨으로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부터 반려동물과 나를 동일시 여기는 펫미족(Pet+Me)까지 생겨나면서 앞으로도 펫팸족을 겨냥한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