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때로 시간 돌린다면"…與 최고위원 후보들 답변은?
입력 2024.07.16 20:02
수정 2024.07.16 20:09
與 최고위원 후보 9人, 첫 방송토론회 실시
"총선 승리 위해 첫번째로 할 일은?" 질문에
친한계 '시스템 부족·호주 대사 임명' 지적
친원계 "'비례대표 공천' 문제 있다" 목소리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들이 지난 22대 총선 직전으로 시간을 돌릴 경우 승리를 위해 해야할 일로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놨다. 친한(親韓)계인 장동혁·박정훈 후보는 각각 '시스템 재정비'와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철회'를 승리의 기본 요건으로 꼽았다. 친원(親元)계인 인요한 후보는 '비례대표 공천'을 지적하며 공천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김민전·김재원·김형대·박용찬·박정훈·이상규·인요한·장동혁·함운경(가나다순) 등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9인은 16일 오후 국민의힘TV에서 실시한 '최고위원 방송토론회'에서 '시간을 돌려 총선 직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총선 승리를 위해서 첫 번째로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놨다.
총선 패배의 원인과도 맞닿은 질문인 만큼 최고위원 후보들은 계파에 따라 각자 다른 답변을 내놨다. 이번 총선에서 송파갑에서 당선된 박정훈 후보는 "선거를 치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나 생각을 해보니까 지난 3월 15일 전후였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박 후보는 "3월 10일 대통령께서 호주 대사를 임명했는데 사실 그전인 3월 6일엔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인 분이 '우리가 160석도 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었다"며 "그런데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이후 민주당은 '도주 대사'라는 표현의 플랜카드를 전국에 다 붙였고, 그 뒤에 표심이 많이 흔들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로 돌아간다면 강력하게 용산(대통령실)에 건의를 해서 그 결정을 미뤄달라라고 얘기를 했을 것 같다"며 "그 결정 이후에 채상병 관련 논의에 불이 붙었고, 지금 야당에서 특검까지 추진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정말 뼈 아픈 그런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다시 돌아간다면 그 부분을 강력하게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총선 당시 한동훈 비대위에서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장동혁 후보는 우선 "사무총장으로 총선 실무 책임을 맡았는데, 총선 패배에 대해서 안타깝고 당원 여러분들께 죄송한 마음"이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장 후보는 "(총선) 100일을 앞두고 사무총장이 돼서 총선을 지휘하면서 안타까웠던 점과 부족했던 점, 아쉬웠던 점은 우리가 총선 전략을 짜고 그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이 부족했다는 생각"이라며 "총선은 시스템으로 움직여지는 것이다. 지금 돌아간다면 전담 조직을 먼저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의 많은 유능한 후보들이 지역구에서 패배했다. 아무리 유능하다 하더라도 총선 직전에 그분들을 지역구에 배치해서는 총선에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리미리 인재를 발굴해서 3~4년을 준비하도록 하고 당의 유능한 정치적 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만들고 싶다"고 했다.
원희룡 당대표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인요한 후보는 '혁신의 부재'를 패인으로 꼽으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례대표 공천' 문제를 언급했다. 인 후보는 "(총선 때) 제일 아쉬웠던 건 혁신이 부족했던 것이다. 혁신을 하다가 멈췄고, 일반 공천과 비례대표 공천 등 공천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일들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시점에서 남을 탓하는 것보다 결국은 우리들이 민심을 읽지 못한 것을 잘못했다"며 "얼마나 지금 경제가 어렵고 서민층이 어려운지 그리고 그 대책이 뭔지 구체적인 안을 내서 정책으로 빨리 반영을 했어야 되는데 그걸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전당대회 내내 뚜렷한 '반한(반한동훈)' 색채를 나타낸 이상규 후보 역시 '비례대표 공천' 문제를 끄집어냈다. 그는 "당에 헌신한 많은 당직자들이 공천을 뒷번호로 받았는데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번호로 주고 일선에서 우리와 함께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단체들을 함께 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지난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이철규 의원이 당시 비례대표 공천 명단에 제기한 불만과 일치하는 발언이다.
김형대 후보도 이 후보와 같이 '공천'을 문제 삼았다. 김 후보는 "총선은 정치적인 바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비례대표 공천이 아쉬웠다"며 "비례대표는 그 분야의 전문성이나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 비례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쉬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운경 후보는 '빠른 공천을 통한 체계적인 선거운동'이 필요했다며 장 후보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함 후보는 "상대 후보인 정청래 (민주당) 후보는 20년 동안 그곳에 텃밭을 갖고 있는데 내가 선거를 뛴 건 48일밖에 안 된다"며 "이론과 정책에 있어서도 그들(운동권)의 잘못된 점과 그들이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운동을 통해서 좀 더 분명하게 했어야 되는데 그걸 못한 게 아쉽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2023년도부터 586 운동권 청산을 열심히 제기 했다. 우리 사회에서 586 운동권들이 끼친 해악과 그들의 타락상·허위의식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질곡이 되는지를 낱낱이 밝혔어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며 "내가 지금 다시 최고위원에 도전한 건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국민의힘에서 발휘하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김재원 후보는 "내가 2020년도 총선 당시에 우리 당의 총선 공약 총괄단장을 맡아 100대 공약을 만들어서 발표 했는데 정작 총선이 시작되면서 그 공약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다"며 "이번 22대 총선 때는 보니까 아예 공약이 전혀 발표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총선 공약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총선 당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했던 박용찬 후보도 '공약의 부재'를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그는 "민주당은 여러 문제점이 많았지만, 이재명 대표의 25만원 지원금 공약으로 '뭔가 정책을 갖고 있다' '대안을 갖고 있다'는 이미지를 줬는데, 우리는 그 같은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주지 못했다"며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물가를 잡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정부와 대통령실에 촉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김민전 후보는 '홍보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우리의 조직력이 민주당보다 훨씬 약하다"며 "결국 홍보 기능이 마비됐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대파를 들고 나왔을 때 그야말로 우리가 파죽지세로 넘어가버린 것을 경험했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
김 후보는 "세계 물가와 비교한다면 당시 우리 물가는 높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도 문재인 정부 때 GDP 대비 108%까지 올라갔다가 그것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오면서 가계부채가 진정돼가는 국면"이었다며 "이런 경제 지표에 대해서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홍보 기능의 마비 역시도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