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농업 대륙 ‘중남미’…K-농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新농사직썰-케이팜⑦]
입력 2024.07.11 07:16
수정 2024.07.11 07:16
소농 중심 맞춤형 농업기술 전수
씨감자・벼 등 고부가가치 생산
선진농업 적용으로 농가 수익도 쑥쑥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2023년 출발한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1과 시즌2가 국내 농업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3는 해외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농업기술’이 핵심이다. 시즌3 부제는 ‘케이팜(K-Farm)’이다.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K-Pop)’과 같이 세계의 척박한 땅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이들의 눈부신 ‘농업외교’ 성과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중남미 국가들은 여전히 농업의 비중이 높다. 그럼에도 농업으로 먹고 살기는 힘들다. 대농들을 제외하고 소농들의 농업 기술 보급이 상당히 더디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남미 국가에는 일본, 중국 등에서 농업 관련 지원에 나섰는데 주로 건물이나 금전적 지원뿐이었다. 농촌진흥청은 이런 폐단에서 벗어나 중남미 국가들의 소농들을 중심으로 기술전수와 종자 보급사업에 집중했다. 농촌진흥청의 다양한 해외사업이 중남미 농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중남미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이하 코피아)은 현재 6개국에서 활약 중이다. 중남미는 벼, 고구마, 옥수수, 씨감자 등 다양한 농업이 정착된 지역이다. 자급률을 걱정하는 아프리카와 다르게 대농을 중심으로 견고한 농업 생산국도 존재한다.
하지만 기술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대농을 제외하고 소농이 생존하기 힘든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코피아 사업은 소농들의 소득을 향상 시키는 ‘방향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과테말라,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들은 농진청 코피아 사업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코피아 도미니카공화국 센터에서 청년인턴으로 활동중인 박새영 연구원은 “중미 국가들은 농업에 대해 진심이다. 기술 이전 현장에서 느끼는 이들의 눈빛은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열의가 강하다”라며 “그렇기에 코피아 센터에서도 준비를 많이 한다. 현지에 파견된 청년인턴들도 한국 농업기술 전수에 한 몫 하고 있어서 보람 있다”고 말했다.
코피아 센터 눈부신 성과…현지 맞춤형 기술 통했다
농업은 중남미 지역의 중요한 경제활동 부문 중 하나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2015~2017년 연평균 농업생산액은 같은 기간 연평균 국내총샌산의 4.7% 수준이다. 이 중 도미니카공화국, 파라과이, 에콰도르 등은 국가에서 여전히 국내총생산의 10% 이상을 농업이 차지하고 있다.
코피아센터에서는 이같은 중남미 국가들의 농업 구조를 파악하고 맞춤형 기술 보급에 나서기 시작했다. 코피아 파라과이 센터에서 보급한 ‘고구마’의 경우 소농을 위한 고품질 품종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정봉남 코피아 파라과이 센터 소장은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아직 재배 기술이 확립돼 있지 않은 파라과이의 고구마 농업을 선진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센터의 지원을 받은 협력기관에서 생산성과 품질이 우수한 품종을 선발하고, 품종에 맞는 재배 기술을 개발해 고구마 재배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피아 볼리비아 센터는 옥수수 기술로 불과 3년 만에 소득이 300% 증가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그동안 볼리비아 옥수수 재배는 남미 주변 나라보다 생산성이 낮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코피아 볼리비아 센터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옥수수 농업을 발전시킬 기술을 개발했다.
콩과 녹비작물 도입, 친환경 퇴비 사용기술 개발 등을 보급해 관행농법 대비 130% 이상 생산성을 높였다. 또 3년 차 옥수수 재배농가 소득이 기존보다 3배 이상 증대되는 효과도 봤다. 코피아 볼리비아 센터는 이런 성과에 힘입어 2024~2026년 기후 변화 대응 옥수수 생산성 향상기술 농가 실증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콘스탄자 지역은 씨감자 생산이 한창이다. 우리나나 씨감자 보급 기술이 정착하면서 콘스탄자 지역은 엄청난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코피아 도미니카공화국 센터는 2025년까지 무병 씨감자 자급률을 올리기 위해 씨감자 보급품종 생산단지 시범마을 3개소를 운영 중이다.
김원일 코피아 도미니카공화국 센터 소장은 “씨감자 생산증식 수경재배 하우스와 저온저장고 설치를 마치고, 망실하우스 60동 건설이 한창”이라며 “도미니카공화국 정부와 농업연구청에서도 씨감자 증식 시스템에 긍정적이다. 생산정책, 제도, 공급 기능을 개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니카라과 농가에서는 요즘 참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코피아 니카라과 센터에서 심혈을 기울여 보급하고 교육한 참깨 재배 기술이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에서 보급한 참깨는 수확기가 15일 내외로 빠르다. 또 탄저병에 강하고 기름 함량이 많은 품종을 개발해 참깨 생산성을 20% 이상 끌어올렸다. 여기에 재배농가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참깨 쿠키, 참깨 음료 등 5가지 식품도 선보였다. 향후 지역 특화 및 학교 간신 공급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 농업기술에 반한 중남미 국가들
코피아 센터의 눈부신 활약으로 중남미 국가들은 한국 농업에 푹 빠졌다. 농촌진흥청의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지난 3월에는 농진청 서울사무소에서 과테말라,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등 중미 4개국 주한 대사와 면담를 했다. 이 자리에서 중미 지역과 기후변화 대응 및 식량안보 확보 등 농업기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농진청에서는 국제 개발 협력사업인 한-중남미 농식품기술협력 협의체(KoLFACI),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을 통해 추진 중인 두 지역 간 농업 협력 현황을 소개하며 대(對) 중미 농업 기술협력 강화 의지를 전달했다.
중미통합체제(SICA) 의장국 온두라스 로돌포 파스토르 파스케예 대사는 “중미 지역은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지역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크다”며 “농촌진흥청과 함께 추진 중인 국제 개발 협력사업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과테말라, 도미니카공화국 주한 대사는 농진청 코피아 센터를 통해 대한민국의 우수한 농업기술이 전수되고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시범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와 같은 미설치 국가의 경우 인근 국가에 설치된 코피아 센터에서 지원에 나서 줄 것을 희망했다. 농진청은 코피아 센터 미설치 국가를 대상으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전문가를 파견해 기술을 지원하는 등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앞서 2월에는 ‘중남미 가뭄 저항성 강낭콩 개발’이 국제개발협력 우수과제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올해 선정된 농진청의 중남미 가뭄 저항성 강낭콩 품종개발 과제는 농업용수 절약 효과와 강낭콩 생산량 증가로 식량안보를 확보하고 농가 생계소득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됐다.
강낭콩은 단백질, 비타민 B, 철분, 아연이 풍부한 중남미 국가의 주식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장기간 가뭄이 지속되면서 중남미 지역 피해가 가중되는 가운데 강낭콩을 재배하는 소규모 농업인들이 관개시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중남미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는 국제열대농업센터(CIAT)와 협력해 강낭콩 유전자원(누적 1579 계통)을 중남미에 지원했다. 아울러 각 나라에 적합한 우수 유전자원을 선발해 품종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건조한 기후에 강한 ‘URÁN’ 품종(코스타리카), ‘INTAJM’ 품종(니카라과), ‘CENTA-Sequia’(엘살바도르) 품종을 새로 등록해 중남미 농업인에게 전파하고 있다. 또 농진청 코피아 과테말라 센터를 통해 개발 품종을 실증,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경태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 국제기술협력과장은 “강낭콩은 중남미 국가의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작물인 만큼 우수품종 개발, 보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을 위한 농업 분야 국제 기술협력을 지속해 현지 농업인의 소득 향상을 돕고, 나아가 세계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7월 25일 [新농사직썰-케이팜⑧]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