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尹 "정치미숙" vs 韓 "사과 뜻 없었다"…토론 삼킨 '김건희 문자' [與당권주자 토론회]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4.07.10 00:00
수정 2024.07.10 00:00

나경원 "김 여사 사과 뜻 있었다…대통령실과 논의했어야"

윤상현 "형수님이 5번 문자하면 답 드리겠다 하는 게 인간"

한동훈 "김 여사 '아직도 사과 않고' 있어…세 분은 뭐했나"

'문자 공세' 앞장섰던 원희룡은 "정책·비전에 초점" 선언

나경원·윤상현·원희룡·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사진 왼쪽부터)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TV토론회에 참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윤상현 후보와 한동훈 후보가 7·23 전당대회를 2주 앞두고 열린 첫 토론회에서 '김건희 여사 당무개입 문자 논란'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나 후보와 윤 후보는 "정치적으로 미숙했다"거나 "인간 감수성의 문제"라며 한 후보를 집중 공격했다. 한 후보는 "사과 의사가 진의가 아니었다"며 두 후보가 총선 동안 사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한 것이 없다고 역공을 펼쳤다.


나경원 후보는 9일 오후 TV조선에서 방영된 첫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문자메시지를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동훈 후보가 묵살했다는 논란을 거론하며 "공개된 문자 원문을 보고 놀랐다. 처음에 한 후보께서 '여사는 사과의 뜻이 없었다'고 했는데, 여사는 사과의 뜻을 명백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나 후보는 '문자 논란'을 적극 부각하며 한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갔다. 그는 한 후보를 향해 "이 부분(사과의 뜻)은 당사자(김 여사) 의사가 가장 중요한 데, 소통을 단절한 건 정치적 판단 미숙"이라며 "공적인 통로로 여사의 사과를 요구했다고 했는데, 여사로부터 문자 받았다는 것을 공적인 통로에 말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당시 이미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고, 대통령실에 사과가 필요하다고 전달했다"며 "그 과정에서 여사가 사과 의사가 없다는 것을 여러 경로로 확인했다. 여사가 말한 (문자) 내용은 진의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이어 그는 "그걸 확인한 상태라 그 시점에 사적인 연락에 답하는 것 자체가 분란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같은 답변을 들은 나 후보는 '대통령실'과 '김 여사'의 입장을 달리 봐야 한다는 주장으로 재차 한 후보를 압박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본다. 여사 입장은 분명히 사과의 뜻이 있었다"며 "대통령실이 사과를 안 한다고 해도, 여사가 이런 문자를 했으면 이를 두고 다시 (대통령실과) 논의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재차 지적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사과 않겠단 입장이 명백해 초유의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가 이어진 것"이라며 "이걸 다 공개하면 정부가 위험해지는 부분이 있다. 여사는 아직도 사과하지 않고 계시다"고 덧붙였다.


특히 나 후보와 한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김 여사가 대국민 사과를 했으면 총선 결과가 달라졌을까'라는 사회자 질문에 모두 '○' 팻말을 들고도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으며 부딪히기도 했다.


한 후보는 "여러 사안에서 민심에 부응하지 못했고, 그 중 하나가 이 사안"이라며 "그것을 바로잡으려 사과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김 여사의 사과는 후보 모두가 간절히 원했던 한 마디다. 여사 문자 이야기가 나왔을 때 모두 허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윤상현·원희룡·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사진 왼쪽부터)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TV토론회 시작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상현 후보도 한동훈 후보를 향한 공세를 펼쳤다. 윤 후보는 "한 후보가 문자 논란에 대해 입장이 계속 달라졌다. 특수부 검사일 경우 피의자가 그렇게 말을 바꾸면 구속영장을 때렸을 것"이라며 "전당대회가 문자 논란으로 궤도 이탈하니까 '잘못했다, 그 당시 어리석었다'고 인정하고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는 공세의 가늠자를 '감수성 부족'으로 조정해 한 후보를 쏘아붙이기도 했다. 윤 후보는 "지난 대선 때 김 여사가 학력위조를 사과했을 때도 대통령은 반대했다. 대통령실 입장이 사과에 반대였어도 한 후보가 설득했어야 한다"며 "형수가 5번 문자를 보냈으면 '논의해서 답 드리겠다' 이게 인간이다. 본인에게 물어봐서 사과를 유도하는 게 정치다. 이기려면 이런 문자 하나라도 신경쓰는 게 정치"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 한 후보는 "대통령과 이 문제와 관련해 논의했지만 대통령은 사과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고, 여사도 사과할 의사가 없었다. 그걸 정확하게 알았다"며 "나처럼 적극적으로 행동한 사람이 있느냐. 세 분은 뭐 했느냐. 사과가 필요하다면 행동했어야 한다"라고 맞받아쳤다.


지금껏 김 여사 당무개입 문자 논란으로 한 후보 공격에 앞장서온 원 후보는 전날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자제 권고에 따르겠다며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을 자제했다. 한 후보가 도대체 '공천 개입 인척' 논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답하라는 요구에도 원 후보는 끝내 답변을 피했다. 대신 원 후보는 "앞으로는 정책·비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하며, 한 후보를 향해 "물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되풀이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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