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당 '이슈선점' 견제하는 민주당?…'입법 주도권' 놓고 엎치락뒤치락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4.06.28 06:30 수정 2024.06.28 06:30

검찰개혁 놓고 '10분차' 맞물린 스케줄

채해병 특검 거부권 규탄도 다른 장소서

'은근한 견제' 해석에 민주당 "어불성설"

혁신당 "민주당과 '생산적 경쟁' 관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달 21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22대 국회 초선의원 의정연찬회 국회의장 주최 오찬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쟁점 현안에 대한 주도권 경쟁에 나선 모양새다. 검찰개혁에 대해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 방어에 집중한 '검찰개혁' 등을 입법안으로 낸 반면, 혁신당은 '검찰청 폐지'로 범위를 대폭 확대해 차별점을 부각했다. 비슷한 쟁점 입법 사안을 두고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다른 관점에서 선명성을 보이는 혁신당에 대한 은근한 견제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당은 전날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청을 비롯해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검찰개혁 4법'을 공개했다. 해당 법안은 기존 검사의 수사권은 중수청으로, 기소권은 공소청으로 분산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이 이 전 대표 방어에 초점을 맞춰 추진하는 검찰개혁 입법안과 차이점을 둬 혁신당 만의 선명성을 드러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조국 대표는 "22대 국회에서 '가장 빠르게' 검찰개혁 4법 개정안과 제정안을 성안하고, 국민 여러분께 '가장 먼저' 설명드리고자 한다"며 "조국혁신당이 가장 빠르게 법안을 공개한 만큼 검찰개혁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22대 국회 들어 검찰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껏 높인 민주당도 '정치검찰 사건조작 피해사례 발표 간담회'를 열어 검찰개혁 관련 입법 추진을 강조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2시 10분 국회본청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22대 국회에서는 정치검찰의 잘못된 행태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민주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민주당 간담회는 혁신당 기자회견과 불과 10분 차이로 이뤄졌다. 앞서 혁신당 공보국이 지난 24일부터 검찰개혁 4법 회견을 예고한 것과 달리, 민주당이 기존에 공지되지 않은 박 원내대표의 일정을 당일 오전에 추가하면서 검찰개혁 입법 주도권을 놓고 혁신당을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혁신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혁신당 일정에 맞춰 급조된 간담회로 맞불을 놓은 것"이라며 "굳이 같은 시간대에 간담회를 해서 혁신당에 몰릴 언론의 관심도를 분산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스케줄이 겹쳤다는 이유로 민주당이 혁신당을 견제한다는 해석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채 해병 특검 수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치권의 또다른 핵심 현안인 '채해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혁신당과 거리를 두는 듯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양당이 지난 1일 '채해병 특검 거부권'을 규탄하는 집회를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개최하면서다. 당시 민주당은 서울역 인근에서, 혁신당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채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했다.


이에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당원과 언론에서 민주당과 서울역에서 왜 (집회를) 같이 안했냐는 문의가 있었다"며 "혁신당을 비롯해 야당 6당은 이번에도 연대집회로 알고 연락을 기다렸으나, 민주당이 단독으로 집회한다는 것을 비공식으로 확인했기에 혁신당은 용산 대통령실 포위 집회를 긴급하게 단독으로 개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 6당의 연대집회가 열린다면 혁신당은 언제든지 참여하겠다. 혁신당은 윤석열정부를 심판할 수 있다면 언제든 연대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는 '배부른 호랑이'가 아니라 '굶주린 야생의 늑대'처럼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혁신당의 미묘한 견제 구도에 대해 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가 민주당보다 더 빠르고 강하고 선명한 행보를 보이니 민주당에서도 긴장을 하고 좀 속도감 있게 뭔가를 하려고 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 아니겠느냐"며 "혁신당 출범 이후 우리는 민주당과의 관계를 '확고한 협력'과 '생산적 경쟁'으로 정립했고, 그 목표는 결국 국민에게 이득을 돌리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 사무총장의 민주당을 향한 '배부른 호랑이'라는 표현과 혁신당의 기치인 '쇄빙선'을 통해 검찰독재 정권을 조기 종식시키고, '예인선'을 통해 배부른 호랑이를 움직이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로만 할 게 아니라 함께 속도를 내서 검찰개혁을 하자는 이 제안도 혁신당이 운행하는 예인선의 한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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