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차, 4천개 하청노조와 교섭?"…경총 "노란봉투법 통과시 거부권 건의"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06.25 13:42
수정 2024.06.25 15:43

"21대 노란봉투법보다 심각한 내용 담겨"

"근로자·사용자·노동쟁의 개념 무분별하게 확대"

"非노동계 출신 의원 대상 설득작업…안되면 거부권 건의"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25일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에서 '노조법 개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전보다 강화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내용 만큼이나 경영계의 반발도 거셌다.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까지 언급했다.


25일 ‘노조법 개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마이크를 잡은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절박한 심정으로 나왔다”고 했다. 법안을 발의한 야당을 두고 “경영계 의견을 무시했다”,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22대 국회에서 6개 야당이 공동 발의한 노란봉투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법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전 버전만 해도 ‘노사 관계 파탄’을 언급하며 입법 중단을 호소했건만 이를 무시하더니 22대 국회에서 기업을 더욱 옥죄는 독소조항을 추가해 내놨다는 게 경영계의 판단이다.


노란봉투법은 기본적으로,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사측의 피해에 법적 대응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6개 야당이 발의한 법안은 이런 방향성이 더 극단화됐다.


우선 근로자‧사용자 개념이 사실상 무한대로 확장됐다. 하청업체, 협력사 직원이 원청업체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할 수 있도록 했던 이전 노란봉투법에 더해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조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할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기존 조항은 삭제됐다.


이를 반영하면 개인사업자 신분인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노조를 만들어 이전에는 ‘계약 관계’였던 회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쟁의를 벌이는 게 가능해진다. 해고자도 노조에 들어가 활동할 수 있고, 심지어 노조가 사측을 괴롭히는 데 특화된 ‘전문 시위꾼’을 영입할 수도 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번 개정안은 기존 법안보다 근로자성과 사용자성 모두 극단적으로 확대했다”면서 “기존엔 ‘원청이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으면 하청 근로자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었는데, 새 개정안은 무조건적으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자동차를 예로 들면, 하청업체가 4000개에 달하는데, 모든 하청 근로자들이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4000번의 교섭을 해야 한다. 그걸 어떻게 응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근로자와 사용자 범위가 워낙 광범위해 교섭에 응해야할지 말아야할지 판단도 어렵고, 그 때문에 CEO가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 체계와도 부딪친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교섭과 관련된 문제는 하청업체 근로자와 사장의 문제지 원청에 책임을 묻는 것은 법 체계 자체와도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새 노란봉투법은 노조원의 불법 쟁의행위에도 완전한 면죄부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전 노란봉투법은 불법 쟁의로 회사가 피해를 입었을 때 노조원 개인의 불법행위나 책임을 회사가 입증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다수의 인원이 폭력, 파괴 행위를 벌이는 혼란의 와중에 개개인의 신상을 특정하도록 하는 게 쉽지 않으니, 사측의 대응이 어려웠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새 노란봉투법은 아예 사측이 노조원의 불법 쟁의에 대응할 여지를 없앴다. 노조법 3조 개정안에는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의사 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노동조합 이외에 근로자 개인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동근 부회장은 “(이전 개정안에서) 손해배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던 걸, 아예 노조가 책임질 경우 조합원은 책임이 아예 없는 걸로 해서 손해배상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했다”면서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고, 법리적으로도 안 맞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성향 야당들의 의지과 의석 수를 감안하면 국회 통과 저지는 힘들 것으로 봤다. 결국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0일 국회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됐고, 소위에서 논의를 진행한 뒤 환노위 전체 회의에서 의결이 되면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로 넘어가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일단 국회 통과 이전까지는 민주당 지도부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설득 작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민주당에도 객관적이고 합리적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많지만, 노동계 편향적인 일부 국회의원들이 노조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것”이라며 “저도 그렇고 손경식 회장도 민주당 지도부를 개별적으로 만나 노동계 편향적으로 가지 말도록,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으로 판단해달라고 읍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이전에 토론 등을 통한 의원들의 인식 변화도 유도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환노위에 노동계 출신들이 많고 그들이 관련 법안을 주도 중인데, 그보다 훨씬 숫자가 많은 의원들을 대상으로 문제점을 설명하는 기회가 필요하다”면서 “가급적 국회에서 공청회가 됐건 소위가 됐건 생산적 토론을 통해 균형적 판단을 해달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면서도 “국회 처리 절차에 따라 여러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지만, 국회를 통과한다면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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