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맥베스·성반전 햄릿…무대가 사랑한 셰익스피어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4.06.19 14:00
수정 2024.06.19 14:00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으로 평가받는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다양한 형태로 꾸준히 관객을 찾고 있다. 고전 중에 고전으로 꼽히는 만큼 원작의 맛을 살려 감동을 안기거나, 현대적인 재해석을 거쳐 현 시대를 사는 관객들의 ‘공감’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특히 최근엔 하나의 원작을 변주하면서 이를 비교해 보는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신시컴퍼니 연극 '햄릿'(왼쪽)과 국립극단 '햄릿' ⓒ신시컴퍼니, 국립극단

올해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맥베스’와 ‘햄릿’이 무대에 각기 다른 형태로 무대에 올려진다. 현재 신시컴퍼니는 홍익대아트센터에서 연극 ‘햄릿’을 공연 중이다. 2016년 이해랑연극상 수상 배우 9명의 무대로 처음 선보인 이후 2022년 연극계 원로 배우들이 조연과 단역, 젊은 배우들이 주역을 맡는 이색 신구 조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 세 번째 무대로 돌아온 ‘햄릿’도 무대 경력 60년을 넘나드는 원로부터 연극 무대에 단 한 번도 선 적 없는 신인까지 신구 연극배우 24명이 호흡을 맞추면서 화제를 모았다. 배우 전무송과 이호재는 유령 역으로, 박정자와 손숙은 각각 배우1, 배우2로 출연하면서 조연과 앙상블로 중심을 잡고 주인공 햄릿 역에는 강필석과 이승주가 맡는다. 오필리어 역엔 루나가 캐스팅 돼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손진책 연출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6년 공연은 9명 배우들에 대한 오마주였고, 2022년 공연은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원작을 재해석했다면 이번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하면서 “400년 전에 쓰인 ‘햄릿’이 지금까지 공연될 수 있는 이유는 인류가 영원히 고민해야 할 문제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통시성은 그대로 가져오되 더 감각적이고 격조있는 현대의 햄릿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극단은 색다른 방식으로 ‘햄릿’을 선보인다. 내달 5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햄릿’은 역할의 성(性)반전을 꾀하면서 작품의 색깔을 완전히 바꿨다. 당초 지난 2020년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으로 제작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공연만 이뤄졌던 이 작품은 무엇보다 햄릿을 왕자가 아닌 공주로 설정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에 따라 햄릿이 사랑하는 오필리어는 남성으로 바뀌었고, 호레이쇼 등 주변 인물의 성별도 변경됐다. 배우 이봉련이 햄릿 역을, 김수현이 클로디어스 역을 맡는다.


작가와 연출은 원작 강화 과정에 대해 원전을 철저하게 분석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을 마음껏 수정하거나 삭제했다고 설명한다. 작가 정진새는 작품 해설서를 통해 “이해가 되지 않는 연극을, 단지 원작이 대단하다는 이유로 수용해야 한다면, 그건 연극 본연의 매력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셰익스피어의 또 다른 비극 ‘맥베스’도 공연을 앞두고 있다. 앞서 국립극장의 기획공연으로 올려졌던 ‘맥베스’(6월 13~16일)가 수어와 판소리를 바탕으로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옮겨와 정육점 가족들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면, 오는 7월 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맥베스’는 정통에 초점을 맞춰 ‘고전의 맛’을 살린다.


해당 작품의 메인 타이틀롤을 맡은 황정민은 최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요즘에 나와도 될 법한 이야기가 몇백 년 전 과거에 통했다는 것이 신기하다”며 동시대성을 강조했다. 이어 “수많은 사람이 오마주했고 워낙 레퍼런스도 많은 작품이다. 보통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3~4시간 정도 분량인데 반해 ‘맥베스’는 2시간 가량의 함축적인 작품”이라며 “그만큼 ‘글발’이 좋았다는 거다. 후대가 해석하고 공부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작품이라 꼭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양정웅 연출 역시 “정통에 가깝게 만들 것”이라며 “브레이크 없이 쾌락과 욕망의 끝으로 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이 안에도 있다. 가지고자 하는 것도 욕망이다. 극단적인 막장드라마라 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유사한 욕망, 죄책감, 양심으로 인해 인간이 얼마나 허덕이는지 공감하고 반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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