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계약 1년 새 50조 '증발'…흔들리는 사회 안전망
입력 2024.06.10 06:00
수정 2024.06.10 06:00
1분기 보유계약금 2363조…전년比 2% ↓
ABL·카디프·처브라이프 등 감소율 가팔라
생명보험사들이 확보하고 있는 계약 규모가 한 해 동안 50조원 가까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보험 해지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 보험의 사회 안전망 역할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1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생보사의 보유계약금은 2362조64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7조7205억원) 감소했다.
주요 보험사별 보유계약금을 보면, 삼성생명이 609조8347억원으로 2.3%(14조4003억원) 감소했다. 이밖에 한화생명이 308조4270억원으로 0.6%(1조9674억원) 줄었다. 신한라이프도 186조240억원으로 2.2%(4조1408억원) 감소했으며, 라이나생명은 123조3946억원으로 1.8%(2조2190억원) 줄어들었다. ABL생명의 경우 21.1%(12조3814억원) 급감하며 46조3653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교보생명은 310조1492억원으로 2.6%(7조8597억원) 늘며, 한화생명을 앞질렀다. 하나생명은 9조8807억원으로 19.8%(1조6296억원) 폭증했다.
같은 기간 보험 보유계약 증가율을 보면 교보생명·하나생명·AIA생명·NH농협생명·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 5개 회사를 제외한 생보사 17곳의 보유계약율이 감소했다.
보유계약 감소율은 ABL생명이 11.0%로 가장 높았고 ▲BNP파리바카디프생명(2.2%) ▲처브라이프(2.0%) ▲미래에셋생명·푸본현대생명(1.8%) ▲iM라이프생명(0.9%) 순으로 줄었다.
생보 빅3 중에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각각 보유 계약액도 0.7%, 0.4% 감소했다. 반면, 교보생명은 0.9% 늘며 선전했다.
생보사의 계약 보유금액 감소는 예견된 문제였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디지털 전환시대 보험산업 대응 및 감독·규제 방향에 대한 제언' 리포트에 따르면 경제불확실성이 증가되면서 소비 위축 등 경기침체로 인한 신규보험 가입률이 감소하고, 기존 계약의 중도해지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높은 보험 가입률도 걸림돌이다. 지난 2019년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8.8%로, 국내보험시장은 이미 포화됐다. 이에 따라 생명·손해보험 연평균 증가율 또한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7.3%에서 2016년부터 2020년 중 2.0%로 급감하는 등 신규 보험 가입 수요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민간보험의 확대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에 의하면, 65세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오는 2070년에 46.4%에 이르고, 15년 미만 유소년인구 비중은 7.5%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공적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은 20%대에 머물러있다. 은퇴자의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고, 노후를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못해 노인 빈곤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때문에 공적연금의 부족함을 채우고 노후의 경제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적연금의 강화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생명보험사들의 보유계약 금액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가입층의 대부분은 중산층인데 최근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중산층의 보험 가입 수요가 줄고, 해지가 늘었다"며 "더군다나 새로운 소비층으로 뜨고 있는 MZ세대는 보험에 접점이 없다 보니 생보업계 전반적으로 보유계약금액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