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 개정' 논의 시작하는 與 비대위…일반 민심 50%냐, 30%냐
입력 2024.05.17 05:10
수정 2024.05.17 05:10
전당대회 '국민여론조사' 반영 주장 봇물
황우여 "의견 수렴해 절차따라 진행할 것"
민심 50%시 비윤계 당권 획득 가능성 높아
당안팎 '30%' 중지 모여…당원 반발 고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경선 룰 개정 논의를 시작하면서 국민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놓고 고심에 돌입한 모양새다. 당 안팎의 개정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여론조사 비중을 30%로 하느냐, 50%로 하느냐를 두고 서로 다른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어서다. 전당대회 룰 개정 논의는 차기 당권 경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당권주자들 간에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원회의를 열어 국민 의견을 수렴해 전당대회 시기와 룰을 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엄태영 비상대책위원은 "우리는 모두 친국민으로서 국민 여러분의 뜻을 수렴해서 전당대회 시기와 룰를 정할 것"이라며 "5대5든 7대3이든 10대0이든 다 열려 있다. 전당대회 시기를 당기든 늦추든 별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주혜 비대위원도 "첫목회가 밤샘토론을 하고 어제 성명을 발표했다. 경선 룰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며 "현재 당 대내외에는 경선 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다양한 의견을 조속히 수렴해서 국민과 당원 눈높이에 맞는 경선 룰을 신속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외에서 룰 개정에 대한 요구가 큰 상황이다. 앞서 원외 조직위원장 160명은 전대 룰에 대해 '여론조사 50%·당원투표 50%'로 바꾸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또 여권 내 3040세대 소장파 성격을 띠는 첫목회의 간사를 맡은 이재영 서울 강동을 조직위원장은 전날 성명에서 "우리는 전당대회 룰을 '당원투표 50%·일반 국민여론조사 50%'로 바꿀 것과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며 "비대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볼 것"이라고도 밝혔다.
비대위를 이끌고 있는 황우여 위원장도 전당대회 룰 개정 논의에 부정적이지 않은 입장이다. 황 위원장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나경원 당선인·윤창현 의원실 주최로 열린 '저출산과 연금개혁'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자체 의견은 있을 수 없고, 의견을 수렴해 절차에 따라서 진행하겠다"며 "당헌당규는 헌법개정 같은 문제이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서 공정하게 정확하게 하겠다"고 언급했다,
당 안팎에서 전당대회 룰에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이유는 현행 룰이 민심과 괴리되는 측면이 크다는 지적 때문이다. 당원투표 100% 룰은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친윤계 의원들이 김기현 전 대표 선출을 위해 만들어놓은 정치적 장치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해볼 것은 다 해본 황 위원장이 단기에 불과한 비대위원장을 수락했단 것 자체가 본인의 정치력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오죽하면 어당팔(어수룩해 보이지만 당수가 팔단)이라는 별명이 붙었겠느냐"라며 "현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당을 되살릴 수 있는지 황 위원장 만큼 잘 판단할 수 있는 분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위원장이 일반국민 여론조사 반영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당원 비율을 50%로 반영하느냐, 30%로 하느냐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소위 '비윤계'인 후보들은 당원 비율을 50%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인천 동미추홀을에서 5선에 성공한 윤상현 의원도 민심을 50% 반영해야 하다는 주장을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윤 의원 역시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 가능성이 높은 후보 중 한 명이다.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전당대회 룰은 50 대 50이 좋다는 생각인지' 질문을 받자 "100% 당심으로 해서 당원이 (당대표를) 뽑아서 총선을 치렀지만, 결과는 실패 아니냐"라며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결론이 나왔다"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당 운영·장악을 위한 주도권 싸움에 애가 달아있는 친윤계와 영남권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영향력이 큰 당심으로 전대를 치러야 세력을 유지할 수 있단 이해관계에 얽혀있다. 다수인 대구·경북 당원들을 중심으로 전당대회가 치러져야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단 셈법에서다.
하지만 친윤계 내에서도 차기 당권을 노릴 후보가 없다는 점과 총선 이후 민심을 무시할 수 없단 의견이 나오는 만큼 국민여론조사의 일부 반영은 불가피하단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민심을 50% 반영할 경우 비윤계 중에서도 유승민 전 의원이 당권을 쥘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 전 의원은 총선 패배 이후 줄곧 민심 반영 비율을 50%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친윤계 입장에선 유 전 의원이 당권을 쥐게 될 경우 주도권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될 것이란 걱정을 하고 있다.
이에 절충론도 제기되고 있다. 급격한 변화로 인해 당비를 내는 당원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력 당권주자인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열린 '저출산과 연금개혁'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직후보자는 (당) 밖에서 선거를 하니까 (민심을) 좀 더 높게 반영한다"며 "전당대회는 (공직 후보자보다는) 당원 생각이 조금 더 반영되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종혁 조직부총장도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전당대회 룰은 당원이 100%냐, 70%냐, 50%냐. 사실 이것은 시대 상황에 따라서 계속 바뀌는 것"이라며 "여론조사라는 방법을 도입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들이 널리 팽배해 있는 만큼 일부 조정은 있지 않을까 하는데 50대 50까지 가면 당원들이 상당히 반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지난해 전당대회 전 수준인 30%를 반영하는 체제도 나쁘지 않다는 당내 의견이 나온다"며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당원 의중을 70% 반영하고 민심을 30% 반영한다는 그림 자체가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안이 아니겠느냐"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