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영화 시장…‘비인기 장르’ 애니메이션의 미래? [지금, 한국 애니③]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05.17 07:34
수정 2024.05.17 07:34

어려운 영화계…비인기 장르 애니 미래도 '불투명'

“영화 시장 전반이 어렵지 않나. 코로나19를 거치며 관객들이 극장과 멀어진 사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들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독립영화를 비롯한 예술영화들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그간 늘 비인기 장르였던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관계자가 애니메이션 업계의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OTT로, 또 유튜브로 ‘애니메이션’이 새 가능성을 열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TV 또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어려움을 겪으며 애니계 전반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OTT 플랫폼을 통해 선을 보이기도 하고, 애니메이션 전문 OTT나, 때로는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날 수도 있다. 창구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말할 순 있다. 다만 그것이 애니계 전반의 성장을 이끌 만큼 비중을 키울 수 있을진 아직 미지수다. 시도 단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을 ‘과도기’라고 표현하며 현재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이 커질 수도, 또 ‘거품’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파닥파닥’을 연출한 이대희 감독은 “웹툰의 애니화나, 일부 애니메이션의 흥행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을 부른 것은 체감한다. 현재 나도 투자를 받아 성인용 애니 제작에 임하고 있다”고 지금의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지금 이 시기,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 관심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짚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시청층 확장’을 꼽았다. 이 감독은 “애니메이션은 ‘아동용’이라는 인식이 지금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지금의 시청자들은 ‘표현’ 방식보다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보고 평가해 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탄탄한 시나리오를 비롯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가장 흥행한 국내 애니메이션을 살펴보면, ‘뽀로로 극장판 드래곤캐슬 대모험’을 비롯해 ‘신비아파트 극장판 차원도깨비와 7개의 세계’, ‘극장판 헬로카봇: 친구들: 바이러스를 없애줘!’ 등 인기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극장판으로 확장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성인용 애니메이션 ‘태일이’,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도 물론 있지만, 이 작품들은 흥행 면에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22년 개봉한 ‘뽀로로 극장판 드래곤캐슬 대모험’이 4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같은 해 개봉한 ‘태일이’는 1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작품의 완성도를 채우는 제작사 관계자들은 물론, 지금의 기회를 더욱 확장하기 위한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이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기술적인 부분은 해외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스즈메의 문단속’을 비롯한 작품들을 보면 ‘잘 만들면 본다’는 인식이 젊음층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이 ‘기회’라고 여긴다. 이것을 잘 확장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으는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애니메이션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은 아쉬운 지점으로 꼽히고 있다. 장편 애니메이션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애니메이션 종합 지원사업이 2024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것.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을 포함한 장편 애니 감독들은 “장편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의 총 지원비 규모는 타국 기준 저예산 장편 애니메이션 한 편조차 만들지 못하는 작은 규모”라고 해당 지원사업의 ‘간절함’을 강조하면서 이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에 대한 사망 선고라고 비판했었다.


앞서 ‘비인기 장르’였던 애니메이션의 어려움을 설명한 관계자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해외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는 감독들도 종종 나오고 있다. 한국의 제작진이 K-콘텐츠 열풍을 이끄는 것처럼, 애니메이션 또한 국내 인력들의 ‘역량’만큼은 충분한데, 이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