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하다가 넘어질라”…리모델링도 ‘극과 극’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4.05.03 06:18
수정 2024.05.03 06:18

공사비·금리 고공행진, 정비사업 여건 악화

재건축 vs 리모델링, 사업성 두고 저울질하는 단지들

우극신 “재건축 규제 완화, 산 넘어 산…사업성 획기적 개선 어려워”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책이 쏟아지면서 리모델링 사업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한편, 사업성이 확보된 단지들은 리모델링을 꾸준히 추진해나가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책이 쏟아지면서 리모델링 사업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한편, 사업성이 확보된 단지들은 리모델링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고 있다.


특히 공사비 급등 등 정비사업 여건이 악화되자 단지별로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우성2·3단지·극동·신동아4차(우극신) 리모델링 조합이 시공자 선정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이달 17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하는데, 지난달 두 차례 진행된 현장설명회에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가 컨소시엄으로 단독 참석하면서 이들 건설사가 시공자로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도심 내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고자 재건축 사업에 대한 용적률 및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 당근책이 쏟아지면서, 리모델링 단지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진 곳들은 재건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2단지 리모델링 사업은 조합 내부에서 해산 요구가 나오고 있으며, 일부 소유주들은 이달 중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송파구의 거여1단지와 강변현대아파트는 이미 리모델링 조합 해산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 4397가구 규모의 우극신이 리모델링을 변함없이 추진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우극신은 리모델링을 통해 5000여가구 규모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서울 내 최대 규모로 리모델링 최대어로 꼽힌다.


조합은 이달 중 이사회 및 대의원회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포스코이앤씨 컨소를 지정해 사업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9월께 시공자 선정 총회가 열린다.


경쟁입찰 대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됐지만 최근 시공사 찾기가 어려워진 여건 속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로 참여하자 조합원들 반응도 긍정적이다.


신이나 우극신 리모델링 조합장은 “요즘 경기나 물가가 리모델링, 재건축, 재개발에 모두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다”며 “이런 상황 속 조합원들 사이에는 재건축으로 선회하더라도 획기적으로 사업성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고 분담금 부담이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리모델링이 아니고서는 재건축으로 일반분양 물량을 확보하기도 어렵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용적률 인센티브 등 규제 완화책을 내놨지만 국회나 시의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신동우 아주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개입해 용적률을 풀어준다면 사업성이 향상되기는 하겠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단지는 서울이나 수도권 등 일부에 불과하다. 또 건축법의 일조권이나 고도제한 등을 고려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실현시킬 수 있는 단지도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내놓은 재건축 규제 완화책들은 향후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재건축 추진이 어려운 단지들의 노후화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도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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