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GA 설계사에 최대 금 20돈 지급…소용없는 1200% 룰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입력 2024.04.23 06:00
수정 2024.04.23 06:00

원수사→GA→GA설계사 우회 지급

보장성보험 유치 위해 무리한 시책

출혈경쟁 야기…소비자 피해 우려

보험사 이미지. ⓒ연합뉴스

매각을 앞둔 롯데손해보험이 대형 GA를 통해 보험설계사에게 최대 금 20돈을 주는 판매촉진비(시책)을 내건 것으로 나타났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계약서비스마진(CSM)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롯데손보가 보장성보험의 확보하려 ‘1200% 룰’을 능가하는 무리한 시책을 내걸었단 지적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이달 대형 GA를 통해 보험설계사에게 13회차 유지 시 최대 1300%의 시책을 내걸었다. 아울러 시상금으로 최대 금 20돈을 지급한다. 금 20돈 외에도 현금 700만원 및 가전제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책은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 인센티브다. ‘1200% 룰’은 판매 수수료와 별도로 기간을 두고 월납 보험료의 12배를 더 주는 개념이다. 예컨대 보험설계사 A씨가 월 보험료 10만원인 계약을 체결했다면 해당 연도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12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보험사들이 1200% 룰을 능가할 정도의 과도하게 시책을 내건 데에는 지난해 도입된 IFRS17의 여파가 컸다. IFRS17 적용으로 CSM 확보가 중요해졌는데 부채로 잡히는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이 CSM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시책을 부여할 때 보험사들은 사업비 부담이 많이 늘어난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시책을 막기 위해 지난 2021년 시책에 대한 상한선을 1200%로 정한 '1200% 룰'을 도입했지만 보험사들은 계약 후 1년이 지난 13회차에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우회하면서 '1200% 룰'은 유명무실한 상태가 됐다.


GA 한 관계자는 “시책은 GA가 소속 설계사에게 선지급하고 원수사가 GA에 치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사실상 원수사가 GA 소속 설계사에게 직접 주는 것과 같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13회차 유지 시 지급하는 시책은 사실상 1200% 룰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설계사는 높은 시책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을 유치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즉. 최대 1300%의 시책을 건 롯데손보로 보험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매각을 앞둔 롯데손보가 CSM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단 평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매물로 나온 롯데손보가 몸집을 키우기 위해 과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양새”라며 “비록 13회차 유지 시 지급이라지만 결국엔 출혈경쟁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이런 영업방식은 보험사의 비용 부담을 가중한다”며 “과도한 시책비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보험감독·검사 업무계획 설명회를 통해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 및 높은 수수료 모집 관행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상 금융감독원은 1200% 우회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원수사가 GA에 시책을 지급하고, GA가 GA설계사에게 주는 방식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현행 규정상 입증자료가 확인되지 않는 한 보험사가 GA에 1200% 이상 지급했다고 규정 위반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원회에서 GA가 GA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시책에 대해 1200% 룰 적용을 한다는 식으로 규정 개정을 한다면, 금감원에서도 관여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관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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