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채상병 특검법' 파상공세…21대 국회내 처리 가능성은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4.04.17 15:28
수정 2024.04.17 18:33

'총선 민심' 언급하며 "전향적으로 나서라" 촉구

21대 임기 내 여야 합의 불발시 단독 처리 방침

거부권이 변수…국민의힘 일각 '이탈표' 기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22대 총선을 통해 압도적 의석 수로 의회 권력을 다시 쥐게 된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대여(對與)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민심이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민의'를 받드는 방법은 채상병 특검법 입법에 협조하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17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5월 2일 본회의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걸 목표로 여당과 5월 임시국회 일정을 협상 중이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내용이다. 지난해 10월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180일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민주당은 연일 채상병 특검법 처리 의지를 드러내면서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며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받들어야 하고 국민의 뜻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21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법 등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로 채상병 특검법 등이 처리될 수 있게 전향적으로 나서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이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수사의 칼끝이 결국 윤 대통령으로 향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전날 채상병 특검법의 독소조항 문제를 지적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수사기관의 수사를 먼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일부(안철수·조경태 의원)가 채상병 특검법 찬성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당 차원에서 채상병 특검법 처리에 협조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에 민주당은 야당 단독으로 국회법상의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제출해 안건을 상정하고 표결 처리까지 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여야 합의가 되지 않으면 우리가 안건변경 처리를 통해서 의사일정에 확정을 지어서 표결 처리할 수 있다"며 "가급적 여야의 합의처리로 하되, 그렇지 않다면 의사일정 변경을 통해서라도 채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 민심 과정에서 많은 분이 이에 대한 분노가 있었고 여당의 당선자들도 이것을 해야 된다는 의견을 많이 말씀하고 계신다"고 정당화했다.


민주당 의원이 현재 142명,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소속 의원이 14명으로 재적의원 절반이 넘어 법안이 상정되면 본회의 통과까지는 순조로울 전망이다.


민주당의 21대 국회 내 처리 목표의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다. 특검법이 국회로 돌아오면, 본회의 재표결에서 재적의원(297명)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야권 의석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당이 국민의힘에서 적어도 17명이 이탈해 찬성표를 던져야 가능하다. 다만 민주당은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탈표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로 되돌아와 재의결할 시간 없이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된다면 해당 법안은 자동폐기된다. 민주당은 이 경우 22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여권은 채상병 특검법 임기 내 처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결과가 '정권 심판' 의도가 뚜렷한 상황에서 거부권까지 행사된다면 여론 악화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22대 국회에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을 모두 합치면 190석 이상이라는 점에서, 현재보다 적은 수의 여당 이탈표가 발생해도 대통령 거부권을 넘어 입법이 가능하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지금 당내에서도 채상병 특검법 정도는 필요한 것 아니냐는 사람들이 있어서 정무적 고려를 한다면 대통령실에서도 충분히 더 논의를 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다시 국회를 거쳐서 또 온다면 정치적인 부담이 너무 클 것 같은데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도 BBS라디오에서 "총선에서 정의를 바로 세워라 이런 게 국민의 또 하나의 명령 아니냐. 채상병 건은 누가 보더라도 부정의하다"라며 "그런데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총선 민심 즉, 국민의 명령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참혹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고 국민의힘에서도 그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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