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종’의 진실게임, 누구를 믿고 볼 것인가 [OTT 내비게이션⑯]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4.04.14 11:02
수정 2024.04.14 11:59

드라마 ‘지배종’의 주연 배우 주지훈X 한효주 ⓒ이하 디즈니+ 제공

드라마 ‘지배종’이 ‘카지노’ ‘무빙’ ‘최악의 악’을 잇는 디즈니+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인가.


1·2화가 공개된 현재 소재의 신선함과 그 함의, 출연진, 만듦새를 보면 야망이 더욱 커 보인다. 2024년 봄 공개된 드라마 중 1위 자리로 만족할 기세도 아니다. 대중에게 두고두고 회자할 인생 드라마, 화제성뿐 아니라 작품성까지 노리는 의욕과 노력이 엿보인다.


이제 겨우 두 화가 공개된 시점에서 속단은 금물이다. ‘파란 싹’ 정도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


우선 이야기가 중층으로 겹쳐 흥미를 돋운다. 살아있는 동물의 피를 흘리게 하지 않고도 체세포 배양을 통해 식용 고기를 개발한 기업의 존재, 장차 육고기뿐 아니라 물고기와 식물까지도 유전자 조작을 현실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것으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에서 끝이 아니다.


당연히 축산농가를 비롯해 1차 산업 종사자들의 극렬한 반대가 등장해서 대결 구도로 가는 것은 기본. 여러 제도와 현실의 난제들, 이를 해결하고 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 역시 기본이다.


‘지배종’은 진실 게임을 시청자에게 제안하며 드라마를 계속 보도록 붙든다. 궁금증,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욕망은 행동의 큰 요인이 된다. 누가 참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행하고 있는 것인지 드라마는 알 듯 모를 듯, 또 헷갈리게 배치해 놓았다.


이런 모습 처음이야, BF 대표 윤자유 역의 배우 한효주 ⓒ

향후 더 보태지겠지만 1·2화를 통해 공개된 진실 게임의 축은 셋이다. 생명공학기업 BF(Blood Free)의 배양육은 루머처럼 정말 세균 덩어리인가, BF는 인류에 공헌하는 기업인가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거짓으로 점철된 기업인가. 배양육 유통의 편리를 위해 BF가 반대세력인 대통령 자신의 목숨의 노렸다고 믿는 이제는 전직 대통령이 된 자의 확신은 옳은가, 사실 확인 전에 심증만으로 복수 먼저 감행하는 것은 타당한가.


이 두 축의 사이에 전직 대통령 이문규(전국환 분)의 사주로 BF 윤자유 대표(한효주 분)의 경호원으로 입사하는 우채운(주지훈 분)이 있다. 채운의 행위는 BF를 실제로 돕는 것인가, 신임을 얻어 뒤통수를 치려는 전략에 근거한 전술인가. 채운은 과연 군인이었던 과거 그대로 상관의 명을 받들어 윤 대표를 해하는 무기로 쓰일 것인가, 과정은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드라마를 보는 것인데 마치 체스판 앞에 앉은 느낌이다. 나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나. 한 사람을 잡고 가야 드라마를 따라가 상황을 이해하기 쉽고, 나만의 진실 찾기 시나리오를 전개할 수 있다. 비록 잘못된 믿음과 선택이었다고 해도, 누군가는 선택하고 따라가야 잘못된 것인 줄도 알게 된다.


지배종 주지훈, 진실을 찾는 자 우채운…윤자유를 찌르는 창이 될 것인가, 지키는 방패가 될 것인가ⓒ

마음이 급하다. 우채운을 택했다. 선택에 이유는 있다. 채운은 대통령이 두 다리를 잃은 것은 약과이고 소중한 동료들이 생명을 잃은 폭파 사건의 진범 찾기에 주력해 왔다. 진실을 알기 위해 범인일 가능성이 있는 자의 내부로 들어가, 적진으로 직접 뛰어들어 똥인지 된장인지 확인하는 식으로 일해 왔다.


비록 전직 대통령 이문규의 복수 체스판에 쓰이는 말처럼 보이지만, 성실히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필요에 의한 과정일 뿐 ‘진실 찾기’의 대의명분을 잊지 않을 인물로 보인다. BF와 윤자유 대표를 돕는 것 또한 그 행위의 현재적 진실성은 의심할 바 없어 보인다, 종착역이 무엇이든 간에.


드라마 ‘지배종’은 주지훈이 이런 큰 믿음을 대번에 주는 배우로 성장했음을 재확인시킨다. 믿음을 주는 방식 역시 직선으로 나아가고, 큰소리로 외치는 게 아니라 차분히, 속을 드러내지 않는 태도와 표현으로 심화됐다. 이문규, 온산(이무생 분), 윤자유와의 첫 대멱 대화 몇 마디만으로도 관계와 극에 긴장감을 드리운다.


검은 니트 목폴라에 회색 코트를 걸친 모습이 눈에 익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다. 그때는 해맑은 막냇동생 느낌으로 시작해 속 깊은 오빠 같은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비슷한 차림인데 이번엔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전진하는 ‘스페셜리스트’(최고 전문가)로 공기를 가른다. 세월 속에 남성미, ‘어른미’를 더해가는 외모가 우채운뿐 아니라 작품의 멋을 더하고 있다.


쟁쟁한 출연진의 드라마 포스터 ⓒ

뿐인가. 보기 드문 배포와 도전 의식 속에 배우로서 계속 진한 색채를 키우고 있는 한효주, 어떤 역을 맡아도 너끈히 소화해 내는 캐릭터 천재 이무생, 그가 맡으면 더욱 큰 인물로 느껴져 눈여겨보게 되는 김상호, 묵직함을 넘어 육중한 존재감을 드리우는 이희준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함께한다.


드라마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신작이다 보니 앞으로 이야기가 얼마나 더 다채로워질지, 그러면서도 얼마나 또 촘촘하고 단단할지 기대하는 마음이 절로 인다. 영화로 시작한 박철환 감독의 20년여 내공이 배우들과 스태프의 열혈을 조화롭게 빚어 ‘지배종’(제작 ㈜아크미디어·㈜에이스팩토리, 채널 디즈니+)을 드라마계의 지배종 작품으로 완성해 냈다는 평가를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드라마 ‘지배종’ 3·4화는 이제 사흘 뒤, 오는 17일 공개된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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