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이중 잣대 [윤희종의 스윗스팟]
입력 2024.04.07 12:00
수정 2024.04.07 12:00
정확히 10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가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았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시즌 MVP인 LPG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던 박인비는 “너무나 영광스럽다”라고 소감을 밝혔던 게 기억난다.
또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신발을 벗고 연못에서 시도한 샷은 IMF 외환위기로 고통 받던 국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2009년 양용은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침몰시키고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 챔피언이 됐고, 최경주는 PGA 대회에서 꾸준히 활약했다. 이들 모두 체육훈장을 받았다.
이처럼 국위선양을 한 선수에게 훈장까지 수여하는 게 골프다. 여기에 골프는 연간 총인원 50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즐기는 대중적인 스포츠다.
하지만 골프는 우리 사회에서 전반적인 인식이 좋지 않다는 양면성이 있다. 사치성 스포츠, 즉 상류층만 즐기는 스포츠로 인식하는 시각이 존재하며 대중들은 골프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일반적이다.
이중 잣대의 시선이 쏠린 원인은 무엇일까?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팽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정치인들이 골프와 좋지 않은 구설에 엮이는 경우가 큰 몫을 차지한다. 그렇다 보니 뉴스나 영화, 드라마와 같은 매스미디어에서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일탈행위가 일어나는 장소로 골프장이 등장하고,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진 채 ‘그들만의 리그’라는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치인들의 골프 관련 구설은 부적절한 시기, 장소, 파트너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들 자신 또한 이를 상호비방 수단으로 사용해 부정적 이미지를 더욱 심화시킨다.
만약 골프가 아닌 탁구나 배드민턴, 등산을 했다면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게 일어났을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골프는 타 종목과 다르게 정치적 또는 부정적으로 이미지 소비가 반복되다 보니 선수들이 국위선양에 앞장서고 있음에도 선택적 비난을 받아 억울한 점이 있다.
골프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은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뿐만 아니라 골프장 업계 또한 앞장서 골프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건전 스포츠라는 것을 알리려 노력해야 한다.
심리학에 '진실성 효과'라는 것이 있다. 개인이 동일한 진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점점 익숙해지면 그 진술을 진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 ‘서울의 봄’과 ‘택시운전사’ 같은 영화가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되었지만 매스미디어 홍수 속에 살고 있는 대중들은 영화 자체가 사실이라고 믿는 탓에 역사 왜곡 문제가 터져 나온다. 이와 마찬가지로 골프 역시 이미지 개선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일반 대중들의 골프에 대한 이중 잣대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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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hufs81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