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 제한에 해외서 활로 모색…“소비자 편익도 고려해야” [빵집 규제 10년②]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4.03.26 07:11
수정 2024.03.26 07:11

파리바게뜨‧뚜레쥬르 해외 진출 20년, 적자고리 끊고 본궤도 올라

규제로 내수 시장 성장 한계, 돈 되는 해외에 우선 투자 가능성

동남아시아 각국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매장.ⓒSPC그룹

신규 출점 제한 규제에 발목이 잡힌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기업들은 미국,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더불어 한류 인기로 해외사업이 순항 중이기는 하지만, 해외 진출의 경우 국내 신규 출점에 비해 초기 투자비는 물론 시간도 오래 걸리다 보니 내수 출점 제한에 따른 부담을 모두 상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해외사업에만 치중할 경우 국내 소비자를 위한 신제품 개발 등 투자 열기가 식을 수 있어 소비자 편익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3년 이후 신규 출점 규제가 지속되면서 파리바게뜨, 뚜레쥬르는 해외 매장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출점이 불가능한 가운데 편의점, 외국계 빵집, 커피전문점 등 경쟁자는 갈수록 늘면서 내수시장에서는 더 이상 답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해외사업도 녹록지 만은 않았다. 현지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현지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이 뒷받침돼야 해서다. 인력, 물류 등 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국내 성장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적자를 감수하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뚜레쥬르 미국 100호점 브롱스빌 점'을 방문한 현지 고객들.ⓒCJ푸드빌
파리바게뜨 ‘동남아’, 뚜레쥬르 ‘북미’ 공략 드라이브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2004년 각각 중국과 미국에 첫 매장을 내며 해외사업을 시작했다. 초기 수년간은 막대한 투자비 여파로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20년이 지난 현재는 상황이 반전됐다.


지속적인 현지화 노력과 더불어 K푸드 열풍 덕분에 진출 국가는 물론 매장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파리바게뜨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은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10개국에 진출해 55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지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전략이 빠른 사업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작년 8월 필리핀 현지 기업인 버자야 푸드 그룹(Berjaya Food), 미들 트레이드(Middle Trade)와 함께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또 말레이시아에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19억 할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조호르바루 공장’을 준공하고 있는 등 동남아 시장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꼽히는 하와이에도 매장을 오픈했는데 향후 알라모아나, 펄 시티 등 인기 관광지와 핵심 상업지역에 추가로 매장을 낼 예정이다.


작년 해외 매장 400개점을 돌파한 뚜레쥬르는 북미지역에서의 사업 확대에 좀 더 집중하는 분위기다.


뚜레쥬르는 지난해 8월 해외 첫 진출국인 미국에서 100호점을 돌파하고, 10월에는 캐나다에 1호 매장을 오픈했다.


뚜레쥬르는 북미지역에 2030년까지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캘거리점 오픈을 시작으로 향후 토론토와 밴쿠버 등 캐나다 주요 거점에 뚜레쥬르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같은 확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5년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공장이 완공되면 현재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 전역에서 제품 수요의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져 사업 확대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사업 본궤도 올랐지만...신제품 개발 등 국내 투자 줄어들 수도


하지만 이 같은 해외사업 호조에도 우려는 여전하다. 지속적인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꾸준한 투자가 동반돼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내수 시장에서의 성장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외식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모두 적자를 내던 초기와는 달리 이제는 수익을 내는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지속적인 해외 진출이나 현지 생산거점 확보 등 여전히 많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안방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나야 흔들림 없이 해외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주요 베이커리 기업들이 해외사업에만 치중할 경우 국내 소비자를 위한 신제품 개발이나 투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내수시장에서의 출점 제한으로 성장성이 낮아진 만큼 내수 보다는 해외에 우선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국내 소비자를 위한 신제품 개발이 미뤄지거나 쇼핑 편의를 위한 매장 시설‧온라인 플랫폼 개선 등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출점 규제로 최근 조성된 상권에는 매장 출점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면서 “10년이 넘도록 소비자들의 쇼핑 편의성이 침해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실효성이 부족해진 소상공인 보호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권리도 함께 고려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사각지대서 쑥쑥 크는 경쟁자들…“건강한 경쟁 유도해야” [빵집 규제 10년③]>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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