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도심복합사업…규제 풀어도 성과는 ‘미지수’
입력 2024.03.18 06:27
수정 2024.03.18 06:27
도심복합사업 일몰 연장 및 권리산정일 조정 등
‘공특법’ 개정안, 4월 총선 이후 논의 본격화
주민 반대 여전…“공사비 너무 올라, 사업성 떨어져”
도심 내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이전 정부에서 도입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의 사업 기간이 3년 더 연장된다. 그간 후보지 주민들 사이에서 제기된 재산권 침해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규제 완화도 추진된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도심복합사업 일몰연장을 핵심으로 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도심복합사업은 사업성이 떨어져 장기간 정비사업 추진이 발 묶인 도심 내 노후·저층주거지를 대상으로 LH 등 공공이 참여해 신속한 인허가,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속도감 있게 고밀개발하는 주택공급 모델이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발표한 2·4대책(3080+)으로 마련됐는데, 사업 시행 이후 3년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올 9월 사업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안정적인 사업 추진과 지속적인 후보지 발굴을 위해 일몰기한은 당초 올 9월에서 2027년 9월까지 연장한다.
또 2021년 6월 29일로 지정된 권리산정기준일도 합리화한다. 현행 기준일 이후 사업지 내 주택을 매수한 경우에는 모두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다. 개발 계획을 모르고 집을 샀다가 향후 후보지로 묶이면서 졸지에 현금청산자로 전락한 주민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개정안에선 기준일을 후보지 발표일 등으로 조정해 기준일 이후의 거래에도 한 차례, 무주택자 매수 등 일정 조건에 부합할 경우 현물보상을 하도록 했다. 또 소유권이전등기 이후부터 가능했던 현물보상권 전매는 분양계약체결 이후부터 허용한다.
이밖에 다가구·상가 소유주들에게 임대수입 일부를 사업비로 보전해주는 근거도 마련했다. 현행 상가 소유주는 현금청산 또는 주택·상가로만 현물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개정안은 교회·주요소 등 일정 규모 이상 상가 소유자도 토지로 현물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상가 소유주는 토지를 보상받아 새로 상가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개정안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여전히 엇갈린다. 찬성하는 주민들은 도심복합사업 추진 동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반대 측 주민들은 주민 전체 동의 없이 후보지가 지정된 만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단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규제 완화로 투기수요만 자극할 뿐이라고 꼬집는다.
수도권 도심복합사업 반대 비대위 관계자는 “일부 주민 동의만 얻어 후보지로 덜컥 지정해 놓고 사업은 답보상태”라며 “첫 단추부터 잘못 뀄는데 규제가 풀리고 정권이 몇 번이 바뀐들 사업이 추진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토지주 70~80%가량이 여전히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게다가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져 2년 전 책정한 공사비로는 사업을 엄두도 낼 수 없다. 찬성하던 주민들도 반대로 돌아서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비대위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되면 그로 인해 혜택을 보는 주민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투자 목적으로 들어오는 투기성 수요도 걸러낼 수 없게 된다”며 “실질적인 원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특법 개정안은 4월 총선 이후 5월 말께 새 국회가 꾸려진 이후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발표한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는 총 57곳(9만1000가구)에 이른다. 이 중 본지구로 지정된 곳은 13곳(1만8000가구), 예정지구로 지정된 곳은 6곳(1만2000가구) 정도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 민간 주도 정비사업도 공사비 갈등으로 제대로 추진이 안 되는 상황이다. 사업성은 갈수록 더 떨어질 것”이라며 “가시적인 성과도 전무한 데다 주택경기 침체로 사업을 추진할 만한 여건도 녹록지 않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장기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